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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1. 2019

진득한 맛

킹크랩+대게+꽃게의 맛?

구미에 갔다가 시장 아주머니의 당당한 추천에 게를 구입하게 되었다. 생긴 것은 미니 영덕대게같이 생겼는데 직접 본 이 게는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홍게 무한리필 집에서 딱 한 번 먹었다가 인내심을 무지하게 키운 다음에 다시는 가지 않았기에 작은 게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특히 무한리필 집은 까는 수고보다 먹는 시간이 순식간이라서 먹다가 지쳐짐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내륙지방에 있는 구미시에서 이런 독특한 대게가 있다는 것도 특이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구미의 한 시장에서 만난 대게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무언가 독특한 맛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지만 유달리 앞다리가 작은 것도 특이해 보였다. 

일반적으로 대게는 6월부터 11월까지 포획과 채취가 금지되는데 그 기간이 지났기에 상관이 없을 듯하다. 이 수족관에 있는 대게는 보통 영덕과 울진에서 많이 잡혀 영덕게, 울진게라고도 부르는 게 종류 중에 하나일 듯하다. 갑각 등면의 윗 구역 뒷부분은 매우 낮으며 각 구역의 표면은 납작한 사마귀 모양의 돌기들로 덮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먼 곳에서 사 온 대게를 우선 찜을 하기 위해 올려본다. 굳이 손질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찜을 찌기 위해서는 15분 정도에 강불에 찜을 하고 5분 정도는 중불에 한 다음에 10분쯤 뜸을 들이면 된다. 잘 익은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먹은 대게와 느낌이 확 다르다. 이 대게는 무척이나 맛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10,000원에 네 마리이니 가격대 가성비가 어마 무시하다. 

다리 10개가 대나무처럼 길고 마디가 붙어있어 대게는 크다는 의미의 게가 아니다. 국내산 대게는 겨울 중에서도 1~3월에 살이 달큼하고 맛이 좋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알을 실은 대게는 너무나 맛이 좋아서 감탄할 뻔했다. 우선은 아삭아삭한 맛의 알을 먼저 먹어본다. 

내 손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을 보면 이 대게의 크기가 얼마 정도인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속에도 꽉 차 있어서 알차다는 느낌이 그냥 든다. 보통 홍게는 등 쪽과 배 쪽 모두 붉은색을 띠는데 대게는 몸통 옆 부분에 두 개의 줄이 나란히 있는 반면, 홍게는 두 개의 줄이 앞쪽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크기가 매우 크고 살이 꽉 차있는 최상급의 대게라는 박달대게보다 더 알찬 맛이다. 

이 대게를 먹고 나서의 느낌은 대게와 킹크랩, 꽃게를 한꺼번에 모두 먹은 것 같다. 다음에 구미를 가면 다시 그 시장을 찾아서 갈 것 같다. 주인아주머니가 말한 것이 그대로 사실이었다. 이 대게를 먹고 나면 일반 대게가 싱거워서 못 먹는다는 말이 사실로 다가왔다. 이 작은 대게가 어떻게 그런 진득한 맛을 가졌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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