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8대를 이어온 문경 관음요
정성을 다하는 일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방향이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정성을 다하는 사람은 반드시 언젠가는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그 마음에 빛이 이미 서려있기 때문이다. 불씨를 밝히는 일과 정성을 다하는 일은 공통점이 있다. 대를 이어 무언가를 해오는 사람들도 역시 정성이 그대로 전해져서 내려온다. 물론 어떤 집안은 대가 끊기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져 오는 곳이 있다. 차를 즐기고 그 속에서 풍류를 즐겼던 고려인들은 백성에서 왕까지 차를 마시는 것이 일반적인 생활이었다고 한다. 조선으로 와서 그 문화가 많이 없어졌지만 면면히 내려오던 고급문화는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거의 사라졌다.
오래된 소나무가 심어져 있는 관음요에서 도자기를 굽는 것은 일이라기보다는 풍류를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우주를 담을 수 있는 철학과 사유가 서린 선의 결정체인 사발은 사람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이날은 관음요에서 8대를 이어온 명인이며 현 8대 미산 김선식의 예인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작품은 백자 달항아리, 포도문 금장 항아리와 부친으로 전수받은 경명진사 도자기와 관음요 댓잎다기 특허로 그의 명성은 많은 차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아들인 김민찬은 9대를 준비하고 수련에 정진하고 있다고 한다.
도자기를 좋아하는 1인으로 화려하게 꾸미지도 않으면서도 빨려 들 듯 한 질감, 양감, 선의 아름다움이 있는 그릇의 기본을 미루어 짐작하며 바라본다. 때론 음식을 담고 때론 차를 담고, 때론 술을 담아서 먹을 수 있는 도자의 기본이 스며들어 있다. 도자기는 하나만 담아서 먹어야 한다. 그 흙의 본질에 그 음식의 기본이 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를 이어가는 정성이 넘치는 솜씨로 빚은 瓷器는 친근하면서도 안정된 자연미, 건강미가 넘치는 진실한 혼이 이곳에 이어진다. 간단해 보이는 과정 속에 간결함 그 이상의 가치가 숨겨져 있다. 彌山의 손길은 하루도 물레를 차지 않는 날이 없다고 한다. 필자 역시 예술적 기질과 다른 능력들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蘘中之錐) 언젠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빠르게 도자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까지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했을까. 매번 똑같은 모양의 자기를 만들지만 그 시간이 상당히 짧은 편이다. 모든 정점의 능력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완성된 하나의 그림, 하나의 글, 하나의 도자 모두 새로운 미래를 향한 정성 속에 탄생한다.
경상남도에서는 문경 사기장으로 관음요 김선식 씨를 청화백자 부문 신규 지정대상으로 선정한 것이 2018년으로 그 역시 2019년이 새로운 한 해가 될 듯하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그의 손길만이 그의 흔적을 말하고 있다. 손으로 만든 도자기의 선이 거칠어 보이면서 소박하고 강하면서도 유려한 선이 이어진다. 저 병은 술병인데 술을 담아서 따르면 소리가 유난히 맑고 청아하다고 한다. 병 입구의 모양 덕분이다.
이곳에서 도자기가 구워진다. 오랜 시간 정성으로 대를 이어 만들어왔고 정성을 들여서 도자기를 구워낸다. 장작가마에서 구워진 찻사발을 선호(選好)하는 이유는 장작가마만의 특이한 현상인 요변(窯變) 때문이며, 흙과 유약(釉藥)이 결합하여 흙 자체의 발색(發色)을 나타내는데 또한 다완의 경도(硬度)와 열의 전도(傳導) 등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다완의 종류는 성씨를 따지는 것과 같고 다완의 크기에 따른 소정호냐 대정호는 그 사람의 체격이라 할 수 있으며 다완의 굽은 사람의 하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항상 정성을 다하는 일은 도공들이 작은 다완에서 씨름을 하는 것으로 미루어 알 수 있다. 모든 것의 가치는 작은 것에서 그리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좋은 작품의 선택은 가문의 뼈대와 소성 과정, 태토의 성분 도공의 숙련된 손맛을 보아야 한다고 하는데 도자기의 선별과 선택은, 결혼 상대자를 선택 선별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부모에게서 제대로 배우지 못할 수도 있기에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 있지만 정성을 다하다 보면 그 본질을 깨닫는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 부족하기에 더 많이 노력할 수 있고 더 노력하기에 정성이라는 단어를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