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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9. 2019

삶, 시련, 인생

대한독립 100년 선샤인 스튜디오

글을 쓸 때 대표 사진을 어떤 걸로 쓸지 고민이 되는 여행지는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이번에 찾아간 곳은 샷이 좋은 곳도 많고 의미가 느껴지는 곳도 많아서 적지 않은 고민을 한 곳이었다. 어떤 사진을 대표 사진으로 사용해야 할까. 우선 올해는 대한독립 100년이 되는 해로 의미가 크다. 독립은 보통 나라나 단체의 자주권을 가지는 것을 의미하지만 개개인에게도 해당이 될 수 있다. 개인이 집에서 독립을 하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립과 독립은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자립은 주로 개개인에게 적용되고 독립은 개인에서부터 국가까지 광범위하게 적용이 된다.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드라마는 드라마 세트장을 와보고 나서야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전국에 있는 적지 않은 드라마 세트장을 가보았지만 대부분 드라마 제작을 위해 최소한의 투자로 이루어지고 추후 운영을 고려하고 만들어지지 않기에 드라마 방영중이나 종영이 되고 나서 1~2년이 지나면 잊히면서 흉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미스터 선샤인의 촬영지였던 선샤인 스튜디오는 실측으로 만들어졌고 사람이 머무를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를 가졌기에 드라마 세트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올해 100년이 된 독립운동의 역사를 품을 수 있을 정도의 근대 역사를 잘 재현해냈다.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선샤인 스튜디오에 만들어져 있는 건물들은 모두 활용이 가능할 정도의 수준으로 계획되었다고 한다. 이곳을 운영하는 책임자의 안내에 따라 당시 경성의 풍광을 한 번에 볼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을 둘러보았다. 

지인 언니의 강력한 추천이 있을 정도로 미스터 선샤인은 역사적인 의미를 품으면서 재미까지 잡은 작품이라는 것은 짐작은 하고 있었다. 미스터 선샤인의 배경중 가장 대표적인 공간인 호텔로 먼저 발길을 해본다. 미스터 선샤인의 남자 주인공은 이병헌이다. 그를 주인공으로 낙점한 것은 해외를 염두에 둔 것도 있지만 미묘한 감정선과 드라마 속의 역할을 제대로 연기할 수 있는 남자 배우는 국내에서도 손꼽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국이 버렸으나 다시 돌아와 조국품에 안긴 최유진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고풍스러운 당시의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 적지 않은 고증을 했다고 한다. 불과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이곳을 모두 둘러보는 것은 과욕이었다. 역사를 좋아하고 그 시기 중에 근대역사도 관심이 많기에 이곳의 모든 시설과 건물, 인테리어에 눈길이 갔다. 

드라마 속에서 사용했던 편지와 서신이 모두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Love 하자라는 말을 최유진의 말이 드라마 속에서 울려 퍼진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최근에 많이 사용하는 입장에서 달달하게 다가왔다.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에는 시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낭만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시련 속에 삶이 있었고 사람의 인생이 있었다. 그리고 독립운동가들은 홀로 일어서기 위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미스터 선샤인은 비교적 역사의 무게중심을 잘 지키고 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 일본을 악의 축으로만 인식하고 그 내면을 살펴보지 않는다면 영원히 그 굴레에서는 벗어나지 못한다. 아픈 역사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어두운 측면으로만 그려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드라마는 영리한 선택을 했다. 역사적 사실과 그 관점을 잘 집어내면서 로맨스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고종, 아관파천, 이토 히로부미, 러시아 등이 얽힌 당시의 역사적인 사건이 등장하지만 중심으로 끌어들이지는 않았다. 

외국인(대부분 일본인)들의 재산이라는 의미의 적산은 적의 재산이라는 의미다. 군산이나 강경, 대구 등에 일부 남아 있는 일본인들의 집을 적산가옥이라고 부른다. 이 거리에는 적산가옥을 재현한 건물들이 적지 않다. 알차면서도 짜임새 있게 세트장을 만들어 놓아서 그런지 조금만 걸어가도 볼거리가 많다. 

세트장 안으로 들어오니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느낌이었다. 최근에 만들어지는 드라마나 영화의 특징은 선악구도를 명확하게 하기보다는 그 복잡한 감정선을 그려내면서 그 주인공의 입장을 표현하는데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3.1 독립운동을 한 지가 10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그 시대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역사는 관심 없지만 일제강점기가 있기에 일본은 싫다고 말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한국인들은 변화를 생각보다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왜곡된 유교관이 사회 저변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거리에 보이는 전등은 바로 1,900년인 종로에서 우리나라 민간 전등의 시초인 전등을 점화한 것을 재현했다고 한다. 

변혁의 시기에 기존의 가치관은 의미 없어지고 새로운 기술과 물건들이 넘쳐나던 시대에 젊은이들은 살아남아야 했다. 말하는 언어는 그 사람을 겉으로 드러내는 수단이다. 미스터 선샤인에서 나오는 대화들을 보면 양반인 애신 그리고 미국에서 돌아온 최유진이 사용하는 언어의 품격을 보면 우리는 언어에 얼마나 귀속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근대역사에서 일제강점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먼저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그 빌미를 제공하였다. 동학농민운동을 일으키게 만든 조병갑은 백성에 대한 착복이라는 것에 대한 백과사전을 쓰라고 하면 술술 써 내려갈 정도의 인물이었다. 동학농민운동의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조정은 청나라에 손을 내밀고 이를 빌미로 일본이 들어오면서 침략의 야욕은 가속화된다. 

민족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은 일제강점기이기도 하다. 고려시대에 백정이라고 불렸던 사람들은 조선에 와서 백성이라고 불리고 근대에 이르러서야 민족이라는 단어로 하나 됨을 알 수 있다. 이날은 이곳 책임자와 함께 했지만 일반 관광객들은 근대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세트장을 둘러보는 데에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근대역사는 이렇게 만나보면 좋다는 흐름을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풍스러운 복장 속에 근대 역사의 색채가 느껴진다. 지금도 모자만 제외한다면 디자인은 복고로 다시 돌아와도 무방해 보인다. Queen을 재조명한 영화 덕분인지 몰라도 복고가 다시 열풍이 불고 있다. 사람들은 일부러 복고풍으로 꾸민 카페를 찾아가고, 아예 개화기 시절의 옷을 빌려 입기도 한다. 

복고 열풍에 힘입어 개화기 시절의 의복을 빌려주는 곳까지 등장했다고 하는데 선샤인 스튜디오에 오면 다양한 복고풍 옷을 입고 세트장을 돌아다니면서 인증숏을 찍어볼 수 있다. 이곳은 SBS 자회사가 투자하고 논산시가 일부 투자하여 14년간 운영한 다음 기부채납의 형태로 돌려주는 것으로 계약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선샤인 스튜디오는 연면적 17,830평방미터 규모에 근대 양식 건축물 5동, 와가 19동, 초가 4동, 적산가옥 9동이 자리하고 있으며 당시에 있었던 고건축물이 재현되어 있다. 

실제 이곳에 자리한 전차는 가동이 된다.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실제 운영되는 전차의 속도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고 한다. 이곳의 대표적인 전시시설은 글로리 호텔, 한성전기, 문방구 전시관, 마당집 고방이지만 그 외에도 볼 것들이 많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스튜디오에 재현되어 있는 한성전기회사는 설립 다음 해인 1899년에 서울 흥화문(지금의 구세군회관 앞)∼동대문 간의 전차 개통식을 가졌다. 


사진관처럼 보이지 않는 건물 안에는 흑백사진을 찍으면서 그 시대와 함께할 수 있는 순간을 부여해준다. 

국내에 전기가 들어온 것은  대한제국의 고종 황제가 이근배, 김두승을 앞세워 사업을 신청하는 형식을 취해 1898년 1월 26일 자로 허가를 받아 설립된 한성전기회사로 바로 이곳이 그 시설을 재현해놓은 곳이다. 조선말 전기의 파급효과는 실제로 어마어마했다.  인류의 시간·공간 및 능력의 확장은 사회의 전 부문에 영향을 미쳤는데  24시간 문화 형성을 가능하게 한 것은 상당하 진보라고 볼 수 있었다. 

드라마 속의 장면들을 이곳에서는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노비로 백정으로 아녀자로 유생으로 천민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흔들리고 부서지면서도 엄중한 사명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면서 원하는 것은 독립이었다. 

"운요호에는 일본의 국기가 게양되어 있었는데 왜 포격을 가했는가?" - 일본


조선은 19세기 말까지 국가의 국기가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했다. 일본이 불평등한 강화도조약을 체결하게 만든 운요효사건은 바로 국기가 빌미로 시작된 것이다. 그제야 국가에는 국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며 박영효 등이 포함된 수신사가 일본에 건너갈 때 태극사괘(太極四卦)의 도안이 그려진 기를 국기로 할 것에 의견을 모아 선상에서 결정하여 게양한다. 이것이 바로 태극기의 효시다.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가진 매력 혹은 그 가능성에 대해 다시 발견했다는 언론들의 관점은 이 드라마를 통해서이기도 했다. 사람과 태극기의 원리는 닮아 있다. 우주 자연의 궁극적인 생성원리인 태극은 인간이 만들어진 원리와 태극기에서 빨간색은 존귀와 양(陽)을 의미하고, 파란색은 희망과 음(陰)을 의미하는데 이는 인간의 육체도 그런 균형 속에 유지된다. 부족함이 없는 집에서 태어났지만 의병활동을 하는 여성 고애신과 주인 나으리 김판서가 사노비인 유진의 부모를 때려죽임으로써 김 씨 가문이 얼마나 세도가인지를 증명한 것을 본 것을 기억하는 마지막 조선(朝鮮)의 이미지를 가진 유선의 만남은 극적이었다. 

유진은 미국에서 건너와 제 나라 조선을 구하려는 한 여자, 애신을 만나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극적으로 변화한다. 차가워서 다정한, 자신의 조국은 미국이며 이기적인 배려를 가진 사내 유진은 애신에게 시시하지 않은 남자였다.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을 연출한 열차가 선샤인 스튜디오의 외곽에 전시되어 있었다. 유학과 서양의 문학이 공존하면서 가치관의 혼란과 함께 낭만이 있었으며 제 나라 조선(朝鮮)의 ‘주권’을 지키고자 장렬히 죽어가던 의병들이 한반도 곳곳에서 활약을 하던 시대는 잊어서는 안 되는 우리의 역사이지만 미래를 열어주는 동력원이기도 하다. 

조국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현대인들에게 그렇게 감정선을 건드리지 않을지 몰라도 불과 100년 전에 한반도에서는 그 의미가 간절했고 애절했다. 삶에는 시련이 있고 사랑이 녹아들어 가며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것이 쉽지 않기에 더 아름다우며 강하고 멋스러워진다. 


선샤인 스튜디오

충남 논산시 연무읍 봉황로 102 

입장료 : 성인 (7,000), 청소년 (5,000), 소인 (3,000)

관람시간 : 10:00 ~ 18:00 (입장 마감 17:30)

1811-7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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