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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9. 2019

향기 품은 서재

논산의 김홍신 문학관

개인적으로 서재를 가지고 있지만 더 많은 책을 품은 서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다. 인터넷 등으로 얼마든지 정보를 찾을 수 있기도 하지만 정제된 정보는 책만큼 좋은 것이 없다. 서재는 향기와 함께 상처를 품고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책을 쓰는 작가들의 고뇌만큼이나 큰 상처를 의미하기도 하고 그 과정 속에서 풍겨내는 향기도 같이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역마다 소설가나 시인 등 대표적인 문학인이 한 명쯤 있기 마련인데 논산에는 현재 생존해 있는 김홍신이라는 소설가가 있다. 지금 건양대학교 논산 캠퍼스 옆에 김홍신 문학관과 그의 작품세계를 감상해볼 수 있는 건물이 한참 건축 중에 있었다. 

김홍신은 1971년에 건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였고 1971년부터 1974년까지 대한민국 육군 장교 복무하여 1974년 육군 중위 예편 이후 1993년에는 건국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인간시장', '바람 바람 바람', '인간 수첩' 등이 있으며, 산업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깊이 있게 파헤치고자 하는 작품을 주로 썼다고 한다. 

김홍신 문학관은 두 동의 건물로 운영될 예정이다. 건물을 건축하는 데 있어서 건축양식을 상당히 많이 고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재는 보통 선비가 머무르는 곳을 일컫는다. 사랑채를 서재나 서실(書室), 또는 책실(冊室)·책방(冊房)이라 하며 향교나 서원에서 스승이 있는 곳을 서재라 부르기도 하였다. 

공간 구성을 하는 데 있어서 많은 고민을 했다. 구조물의 동선에서 마치 책을 탐구하는 느낌을 받게 해 준다. 책이라는 것은 단편적으로 보는 사물을 조금 더 다각도로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서재를 따로 지을 형편이 못 된 선비들은 자기가 기거하는 사랑채를 서재로 삼기도 했다. 

사랑채조차 지닐 수 없는 가난한 선비는 사랑방의 한쪽에 벽장이나 다락을 만들고 귀한 서책을 보았다고 한다. 근대주의의 신념은 건축에서 현상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확산되었다. 현상학은 사람과 사물, 그리고 건축물이 세계에서 완전히 통합된 모습으로 비쳐야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주장이다. 

김홍신 문학관 바로 옆에는 낮은 야산인 반야산이 있다. 반야산에 올라가면 논산시민공원과 관촉사로 이어지는 길로 산책을 해볼 수 있다. 이처럼 공개되어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는 건축물은 투명하게 열려 있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한 번쯤 가고 싶은 곳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풍광과 신축 건물을 건축적인 콜라주 안에 중첩시켜 놈으로서 같이 스며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것이 좋다. 

수평의 선들과 사선으로 이어지는 선들로 이루어지는 프레리 양식의 건물과 기하학적인 층으로 배열된 선의 독특함이 건물에 배어 있다. 논산이라는 지역의 정체성과 김홍신이라는 작가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것은 객관적인 진실과 보편적인 문학의 서사를 엮는 것은 맥락을 중시하는 것이다. 책을 늘 가까이하고 있는 선비들은 자기가 거처하는 서재에 아취가 넘치는 당호를 지어 편액을 만들어 놓기도 했는데 김홍신 문학관이 완성이 되면 그런 편액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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