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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7. 2019

이운순례길

강과 육지를 따라 이동하다. 

합천 해인사로 가는 길목에는 고령이라는 대가야의 중심지였던 공간이 있다. 몽고의 침입에 대항하여 만든 팔만대장경이 고령을 통해 해인사로 갔다는 설이 있다. 해인사 대적광전에는 대장경판을 운반하는 장면을 그린 벽화가 있다고 하는데 운반 행렬의 맨 앞에는 동자가 항로를 들고 길을 내고 그 뒤를 스님들이 독경을 하며 행렬을 인도했다고 한다. 

고려시대 대장경을 운반했을 길목에 나지막한 야산과 금산을 연결하는 다리가 놓여 있다. 저곳은 한 번도 올라간 적이 없어서 저곳에서 바라보는 고령의 풍광이 어떨지 궁금해서 올라가 본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숲길은 금산을 지나가면 싯질골지, 담밑재, 담밑지, 팔리지, 불당골지로 이어지는데 금산에서 의봉산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팔만대장경을 강화도에서 만들어서 한강으로 실어 나르던 배는 남한강을 거쳐 충주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리고 육로를 통해 아래까지 내려와서 낙동강변에 이르면 다시 고령에서 합천으로 간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 즉 이운 순례길이 이곳까지 이어진 곳이다. 

이 다리를 건너가면 금산의 정상으로 갈 수 있는 산길이 나오고 우측으로 가면 고령읍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로 갈 수 있다. 

고령읍내에서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이 다리와 저 건너편에 만들어진 대가 야교이다. 물에 비치어 나타난 그림자를 물그림자라고 부르는데 물결치는 곳에서의 물그림자는 흐릿하면서도 계속 바뀌지만 바람마저 고요한 고령의 물그림자는 대가야교를 가면 볼 수 있다. 

여행은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돈과 시간이 없어서 떠나지 못하고 늙어서는 기력이 없어서 떠나지 못한다고 하지만 떠나고자 하면 돈은 만들어지고 시간이 없으면 시간을 내면 갈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전망대로 걸어서 올라가 본다. 삶이나 여행에서 필요한 것이나 절실한 것은 돈도 시간도 아닌 용기다. 


"리얼리스트가 돼라, 그러나 불가능은 없다." 체 게바라 

고령읍이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해가 저편으로 떨어지는 노을만큼은 명확해 보인다. 프레임안에서 빛을 보고 배경을 보고, 피사체를 바라보면서 셔터를 누를 때 나만의 사진이 만들어진다.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무엇이 되고 싶은지가 아닌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말이다. 이곳을 지나갔을 팔만대장경은 현재 남아 있는 경판으로 1,516종 8만 1,258판인데 고려시대에 간행되었다고 해서 고려대장경이라고도 하고, 판수가 8만여 개에 달하고 8만 4천 법문을 실었다고 하여 8만대장경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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