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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7. 2019

향나무

천안 양령리 향나무

향나무는 언제든지 보아도 묘한 느낌이 드는 나무로 은은한 향만큼이나 그 가치가 높은 나무이기도 하다. 천안 농가의 구석에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양령리 향나무만큼이나 아름다운 내재가치가 있는 나무가 있을까.  목재는 단단하고 치밀하며 변재(邊材)는 흰빛을 띠며  목리(木理: 나뭇결)는 곧고 아름다운 광택이 있어 매향에도 사용된 나무이기도 하다. 고려의 사람들은 내세에 미륵불의 세계에 태어날 것을 염원하면서 향을 묻고 비석을 설립한 것이 매향으로 내세의 복을 빌기 위해 향을 땅에 묻는 행사이다.

1,000년 후의 행복과 안전을 빌려 불안과 민심을 매향을 통해 치유하고자 한 매향처럼 천안 양령리 향나무는 약 1,200여 년 전 대홍수가 났을 대 어디선가 떠내려와 이곳에 정착했다고 하며 자식을 낳게 해 준다는 소망을 이루어준다고 한다. 이렇게 똑바로 나무 기둥이 올라가는 섬향나무와 가지가 수평으로 퍼지며 침엽과 인엽을 함께 가지는 나무는 뚝향나무가 대표적이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자식을 낳게 해 준다는 소망을 이루어주는 향나무는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까. 새해 들어 선한 사람을 만나볼 수 없다면, 한결같은 사람이라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비었으면서도 가득 찬 체하며, 없으면서도 있는 체하며, 주머니가 비었으면서도 부유한 체를 하는 세상이니, 한결같은 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미륵이 언젠가는 이 땅에 오기를 기다리며 향나무를 갯벌에 묻고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나면 침향으로 된다. 미륵이 이 땅에 오기 전에는 지장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지장을 많이 모시고 한국은 미륵을 많이 모신다. 조금 더 현실적인 것이 지장인 것을 보면 일본인들의 현실인식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 

동남아시아의 아열대 지방이 원산인 침향나무를 베어서 땅속에 묻고 썩혀서 수지만 얻거나 줄기에 상처를 내어 흘러내린 수지를 얻었다고 하는데 사시사철 푸르름을 간직한 것은 소나무뿐만이 아니라 향나무도 그렇다. 일반 백성들은 향기뿐만 아니라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침향을 갖고 싶어 했다. 

태우면 강한 향기가 나는데, 신성한 곳까지 두루 미칩니다. 원하는 바를 빌면 반드시 영험이 있을 것이라는 향나무가 심어진 양령리 부근은 청일 전쟁터였다고 한다. 대정리에서 청나라군과 일본군이 싸웠는데 일본군이 많이 죽었으며 청군이 승리를 했다고 한다. 다행히 그 화마를 피해 살아남으며 어떻게 보면 귀한 자식을 낳게 해 준다는 양령리 향나무는 1,000년을 넘어 계속 푸르르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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