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과 결탁된 부패의 표본
특정 사람에게 해를 입히던가 어느 정도 명확한 범죄의 경우 구형하기도 쉽고 판사도 판결을 내리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범죄의 규모가 커지던가 기업형 범죄가 되어버리면 양형이 모호해지는 것이 한국이라는 나라의 특징이다. 세월이 바뀌어서 민주사회가 되었다고 하지만 이런 경향은 아직 없어지지 않았고 사회 도처에서 마치 암세포처럼 증식해가고 있다. 큰 범죄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관대하고 특히 정권과 결탁되면 물타기를 통해 때론 죄의 대가를 받지 않기도 한다. 일부 후진적인 대한민국의 국민성 위에 법조인들은 신뢰받아야 된다는 이상한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송강호가 전설의 마약왕 이두삼 역으로, 조정석이 그를 쫓는 열혈 검사 김인구 역으로, 배두나가 로비스트 김정아로 분했다. 외화만 벌 수 있으면 매춘도 애국이며 우리와 상관없는 전쟁에 군인들을 보내 외화를 벌어오던 시기에 국내에서도 정권과 결탁된 범죄자가 활약을 했다.
돈에 대한 탐욕과 그 끝을 모르는 욕심이 사람을 망가트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돈에게는 죄가 없지만 돈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 묘한 능력을 가지고 특정 사람에게 갔다가 망가트리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 간다. 이황순은 필로폰 제조에 대해 국내 최대 수준이며 품질도 좋았다고 한다. 게다가 정권의 비호와 정관계에 돈을 밀어 넣은 덕분에 그는 승승장구하지만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에 암살당하면서 그의 운명도 순식간에 기울게 된다.
약을 제조해서 팔던 사람이 뽕쟁이가 되는 순간 끝이라는 말이 그 세상에는 규칙처럼 적용이 된다고 한다. 마약으로 돈을 끌어모으던 이황순 역시 필로폰에 빠지게 되고 45세에 잡혀서 15년형을 선고받을 때 하루에 6번의 필로폰을 맞아야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전쟁은 많은 기술을 발전시킨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열세에 몰린 일본은 군인들이나 국민들에게 더 많은 에너지와 용기를 부여하기 위해 마약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약을 맞은 일본군인들은 죽음을 향해 돌진했다. 태생 자체가 죽음을 향해 돌진하게끔 만든 마약은 사람을 극으로 몰고갈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를 잘 지켜보면 누군가를 살해했던가 힘없는(?) 일반 범죄자는 언론과 여론이 벌떼처럼 몰려서 세상에 둘도 없이 죽일 놈으로 만들지만 대형 범죄나 정권과 결탁된 범죄, 기업인의 범죄, 대형 사기 등에는 관대하다. 게다가 언론은 물타기를 아주 잘한다. 알맹이는 쏙 빼놓고 사람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이끈다. 예를 들면 땅콩 회항에서는 굳이 땅콩을 그렇게 부각하는 것은 본질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쓰레기로 바뀌어가고 그 쓰레기를 보호하는 당시 정권의 활약상을 그려낸 영화가 마약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