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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1. 2015

악의

왜 남을 미워하는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악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1/3쯤 읽으면 모든 것이 밝혀진 것 같은데 이야기는 계속 이어간다. 일본 작가들은 추리소설에 정평이 나있기 때문에 읽어보면 최소한 기본은 한다. 이 책은 초반에 반전이 나오고 중반 이후에 반전이 하나 나오는데 그냥 잔잔한 반전이다. 아주 차분히 이야기하면서 전개하기 때문에 조금 심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생각 외로 촘촘하게 이야기 그물이 쳐져있어서 생각만큼 허술하지 않다.


서로 인연이 있었던 가가형사와 소설가의 꿈을 구는 노노구치 오사무가 주인공이다. 노노구치 오사무는 초반을 지나면 범인인 것이 벌써 알려졌지만 가가형사는 무언가 찜찜하다. 살인은 했지만 왜 죽였는지 어떻게 죽였는지도 밝혀내야 하는 것이 형사의 일이다. 특히 노노구치 오사무의 살해 동기는 석연치 않다. 노노구치 오사무가 대체 악의를 가진 것은 언제이며 그걸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어떤 심경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그 경로를 찾아가는 것이 악의의 추리 과정이다.


대한민국은 묻지 마 범죄가 점차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피해자의 90% 이상이 월 수입이 200만 원 이하라고 알려져 있어서 그 고통이 끊기지 않는다고 한다. 묻지 마 범죄 역시 혼자서 악한 마음을 점차 키우다가 그 한계를 못 이기고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에게 행하는 범죄를 말한다. 한국사회에서 그런 악의를 가진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데에는 이런 사회의 구조적인문제점을 못 찾아내는데 그 문제가 있다.


한국사의 국정화문제도 그렇지만 한쪽으로 편향된 지식이 쌓이게 되면 그건 독이 된다. 내편에 있는 지식은 잔뜩 쌓아 올렸지만 반대쪽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은 형편없이 적기 때문이다.


범행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범죄행위를 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는 한국은 '왜?.. 범인은 그러한 일을 저질렀는가'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다. 캐나다로 이만을 가기로 되어 있던 작가 히다카 구히니코가 시신이 된 채 자신의 작업실에서 발견되고 그 사람과 연관되어 있는 사람은 친구인 아동문학작가 닌 노노구치 오사카이다. 여기서 중요한 단서중 하나는 히다카 구히니코의 부인인 하츠미와 새롭게 발표된 소설 '타오르지 않는 불꽃'이다.


범죄행위는 결과이고 그 행위를 하기까지는 과정이 있다. 갑자기 뚝딱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상당히 드물다. 하다못해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살인을 하는 사람이라도 거기까지 가는데 있어서 악의는 반드시 존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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