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미투는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다.
아마 제목을 보고 의아해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가해자가 분명히 있고 피해자가 존재하는데 왜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냐고 말이다. 체육계가 이렇게 안에서 썩어 들어가게 된 데에는 엘리트 체육 주의 혹은 1등 지상주의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1등 만을 좋아하고 환호한다. 1등'을' 좋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1등'만'을 좋아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그리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운동'만'을 할 줄 아는 것도 문제다. 다른 것도 할 줄 아는데 운동'도'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사람들은 참 희한한 국민성을 만들어 왔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따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운동 또한 그렇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운동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TV나 미디어 혹은 지인들이 추천하는 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행이 지나던가 자신의 흥미가 떨어지면 계속 바꾼다.
개인적으로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하지는 않는다. 스포츠를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하지 TV 등에서 누군가가 하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갑이 내지르는 ‘갑질’에 을의 입장인 선수들은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었다고 하는데 선수들 역시 그 문제를 초래한 측면도 있다. 누가 뭐라 해도 갑질을 한 사람이 잘못이지만 그 운동을 하지 않아도 다른 것을 해서 미래를 설계할 자신이 없다면 그것은 문제인 것이다.
굳이 그 운동만을 해서 먹고살아야 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면 결국 그들만의 카르텔에서 벗어날 방법은 별로 없다. 메달을 따야 하고 그걸로 나가서 일해야 하고 평생을 먹고살아야 한다. 그걸 아는 몸외에 머리는 채워지지 않았을 상당수의 지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알량한 권력이 갑자기 생겨난 느낌이 들 것이다. 올해부터는 진천도 적지 않게 갈 것 같은데 그곳에는 선수촌이 있다.
1등 만을 바라는 세상에서 그런 코치 같은 사람이 계속 나올 것이다. 일이 터지면 잠깐 잠잠해지겠지만 결국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1등을 하면 좋지만 못해도 어떠한가. 굳이 금메달을 따야 한국이 살기 좋아지는가? 아니면 한국이 위대한 나라가 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그들이 잘하던 못하든 간에 같이 즐기면 된다. 그리고 엘리트 체육 주의 시스템은 송두리째 뜯어고쳐야 한다. 다른 일을 하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트에서 한참 활약을 할 때 방송을 제대로 본 적은 한 두 번쯤 될까. 솔직히 피겨스케이트에 관심도 없었기에 금메달을 따고 못 따고 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스케이트는 예전에 타본 적이 있어서 평균보다는 조금 더 잘 타는 편이지만 관심이 멀어졌다. 그렇지만 주변은 그렇지 않았다. 스케이트를 한 번도 타보지 않았던 사람부터 전혀 관심 없던 사람들도 갑자기 피겨스케이트에 푹 빠졌다. 전국에 열풍이 불정도 였다. 그럴 필요성이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관심은 없었다. 그런 걸 본 체육계 관계자는 어떻게 행동을 할까. 자신이 데리고 있는 선수를 몰아붇칠 것이다. 선수의 성적이 자신의 성공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화관광체육부와 대한체육회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든다. 1등 만을 바라보는 선수와 감독, 코치들과 한 번의 성공으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려는 선수와 학부모, 1등을 하면 없던 관심도 갑자기 생겨나기 시작하는 국민들과 문제의 본질을 놔둔 채 형벌적인 부분만 검토하는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운동은 자아실현과 자기 성장의 길이어야 하고, 또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 내면과 외면이 같이 갖추어져야 하는 일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 중요시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