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an 25. 2019

고령 산책하기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한다. 

고령에 처음 갔을 때 첫인상을 아직도 기억한다. 고령군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산등선을 따라 무덤처럼 보이는 것이 쭉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도시에서 그런 풍광을 보기도 힘들지만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서도 특정 공간을 가야 무덤군이 평지에 있는 것을 보지만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서 무덤군을 조성해놓은 곳은 많지가 않다.

항상 군청의 뒤쪽으로 걸어서 올라가서 이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여러 번 걸어본 적이 있지만 그 반대편으로 가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는 그쪽 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빠르게 걷기는 GABA(뇌의 신경전달물질) 수치를 높이는 효가가 있다. GABA의 수치가 떨어질수록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정신건강질환에 취약해진다고 한다. 그런데 그 운동효과보다 요가가 더 높은 것을 보면 균형감각과 호흡법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고요하니 좋다. 볼프 비어만은 이런 말을 했다. "깊은 감동은 아름다우나, 그보다 운동이 더 좋다." 운동을 오래 지속하면 신체 각 부위의 상태와 움직임에 대한 감각이 생기고, 이러한 감각을 바탕으로 몸의 컨디션을 섬세히 느길 수 있는 신체 의식까지 발달한다고 한다. 

이 길목은 대가야 통문의 위를 걸어가는 산책로다. 500년 왕업을 이어왔지만 남은 것은 주인조차 알 수 없는 거대한 무덤들뿐이지만 읍내 아래 왕궁이 있었고, 사적 제61호로 지정된 주산성이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왕궁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을 그 시대를 상상해볼 수 있는 길이다. 

한걸음 한걸음을 내리면서 걸어가는 삶의 길은 결국 죽음으로 이어지는 길이 아닌가. 고분 사이를 걸으면서 연상되는 것은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다시금 보게 된다. 심장이 빨리 뛰는 편인데 그렇기에 머리가 잘 돌아가는 느낌이기도 하다. 운동을  하면 혈액을 통해서 뇌에 산소와 영양분이 더 많이 보내지기 때문에 뇌의 신경회로가 강화가 된다. 

지산동 고분군을 한 바퀴 돌아보는 길을 걷고 나서 책을 한 권 읽으면 만족감이 더해진다. 샤를 몽테스키외는 "한 시간 정도 독서를 하면 어떤 고통도 진정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독서를 지속적으로 하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 공감이 된다. 어느 순간에 고요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발이 닿는 곳에서 걸어보고 손이 닿는 곳에 책이 있다면 당신은 행복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나무에 가린 채, 세월에 잊혀진 채 숨어버린 봉분도 적잖이 많은 지산동 고분군은 대가야에 강력한 정치세력이 존재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북의 가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