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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25. 2019

여래

고령 대평리 석조여래입상

한반도에는 적지 않은 석조불상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중에 여래나 미륵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는 석상들은 보통 마을이나 안쪽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여래라는 원어의 정확한 의미는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불교 주석서에는 대략 8가지의 설명이 제시되어 있다. 가장 유의미한 것은 '그렇게(tathā 如) 도달한(āgata 來) 이'라는 해석이며, 역사상 석가모니가 과거 또는 미래에 깨달음을 체험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가르치는 수많은 모습 중에 하나라고 해석되고 있다.

고령의 대평리라는 곳에 있는 대평리 석조여래입상을 찾아가는 길은 조금은 험난하다.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고 이 길을 가는 것이 맞을까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지만 안쪽으로 찾아서 들어가 본다. 여래는 특정 인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중생은 그러한 여래를 자신 안에 품고 있기 때문에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구석구석을 파고 들어가서 보니 드디어 석조여래입상을 만날 수 있었다. 옆에 있는 고목은 아직 살아 있지만 보수가 필요한 상태였다. 옆에 작은 비석에 한문으로 노은사지라고 쓰여 있다. 지금 이 근처는 대부분 밭으로 사찰이 있었던 곳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지만 아주 오래전에 사찰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다. 

여래는 범어(梵語)로는 타타아가타(tatha-gata)라고 한다. 여래라는 의미는 깨달음과도 연결되어 있다. 여래라는 말은 더욱 이상인(理想人)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기에 , 석가모니는 자기가 여래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도 삼가했다고 한다. 

석조의 형태를 보면 목이 없는 통통한 몸에 걸친 법복(法服)은 통견(通肩)으로, 겨드랑이 안쪽을 가로지르는 옷이 있고, 두 손은 가슴 앞에서 모은 형식으로 코와 입의 모양은 분명한데, 입가에는 고졸한 미소가 완연하고 두 뺨은 풍만하다. 고타마가 진리를 깨달았다는 체험 위에서 깨달음으로 향하는 지혜를 주로 한다면 '진리에로 간다' 자비의 이타행(利他行)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진리에서 우리들 쪽으로 오는 것', 즉 여래(如來)가 된다. 소박한 모습으로 인자한 인상의 고령 대평리 석조여래입상을 찾게 된 것만으로 의미가 부여된 날이다. 


고령대평리석조여래입상 (高靈大坪里石造如來立像)

경상북도 고령군 운수면 대평리 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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