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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31. 2019

화양구곡

걸어가며 즐기며 생각하며...

날이 좋은 날 코스모스라는 걸작을 쓴 칼 세이건은 자연에 묻혀서 사색하며 글쓰기를 즐겼다고 한다. 폭포에서 사슴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자신의 원고에만 몰두하며 영겁의 역사가 층층이 새겨져 있는 저 절벽은 남아 있지만 칼 세이건은 이 세상에 없다. 괴산은 화양구곡이라는 곳은 그런 작가인 칼 세이건가 와서 몰두할만한 그런 비경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겨울이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얼음이 얼어 있는 풍광을 만날 수 있다. 과거 조선에 이 땅을 밟은 외국인이 있었다. 우주 전쟁을 쓴 하버드 조지 웰스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에 준외교관 신분으로 조선이라는 나라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겨울에 만난 화양구곡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암이 가파르게 솟아 있는  화양 제1곡 경천벽(擎天壁)을 지나면 계곡에 맑은 물이 모여 소를 이루고 있는 화양 제2곡 운영담(雲影潭), 우암 송시열이 제자였던 임금 효종이 죽자 매일 새벽마다 이 바위에 올라 엎드려 통곡하였다는 화양 제3곡 읍궁암(泣弓巖), 맑은 물속에 보이는 모래가 금싸라기 같다는 화양 제4곡 금사담(金沙潭) , 화양 제5곡 첨성대(瞻星臺), 화양 제6곡 능운대(凌雲臺), 화양 제7곡 와룡암(臥龍巖), 화양 제8곡 학소대(鶴巢臺) , 화양 제9곡 파천(巴串)까지 오랜 풍상을 겪는 사이에 씻기고 갈리어 많은 세월을 새기고 있는 곳이 즐비하다. 

겨울의 화양구곡을 보면 얼음으로 뒤덮인 극관이나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붉은 지표면의 패턴, 심지어 하루가 24시간이 지구와 닮은 화성의 모습이 화양구곡에서 펼쳐져 있었다. 화양천이 흐르면서 골짜기에 있는 화강암을 침식시키면서 기암괴석이 하늘을 향해 떠받들고 있는 듯한 모습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괴산의 이 화양구곡은 선유구곡, 쌍곡구곡과 함께 괴산의 3대 구곡으로도 꼽히는 대표적 구곡이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언급된 102개의 구곡 가운데 자주 등장하는 구곡은 바로 충북 괴산의 ‘화양구곡華陽九曲’이라고 한다. 

송시열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곳에서 송시열이 표현한 예가 아닌 비례는 사사로운 욕심을 의미하며, 예는 곧 하늘의 이치로서 사사로운 인간의 개인 욕심을 제거할 수 있는 근원이자 방편이라고 볼 수 있다.  솟은 바위 옆으로 화양천은 수백, 아니 수천 년 동안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한겨울에 화양구곡은 울창한 수목과 높이 서 있는 기암절벽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조화를 이루며 금강산 남쪽에서 으뜸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화양동 소금강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화양구곡에는 작은 사찰인 채운암이 있는데 암자는 큰 사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충청북도 문화재자료 제30호로 지정된 곳으로 다포양식의 팔작 기와집으로 추녀곡이 심하며, 어칸 양측 기둥 상부와 내부 측면 퇴보에 청룡과 황룡이 조각되어 있는 대웅전이 대표적인 건물이다. 

숙종대에 우암 송시열이 암자를 지어 욱장사로 불이는 채운암은 1980년을 전후하여 창호, 단청 등을 보수하였다. 소우주와 비슷한 느낌의 화양구곡이었기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연상된 곳이기도 하다. 화양구곡 문화생태탐방로는 연간 150만 명가량이 찾는 산막이옛길부터 이어지는 충청도 양반길의 제4구간으로 한겨울에도 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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