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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9. 2019

문경의 계곡

선유동계곡과 용추계곡의 한가함

계곡은 여름에 인기가 많지만 사실 겨울이 더 즐기기가 좋다. 산이 있으면 계곡이 반드시 생겨난다. 그것이 자연의 기본적인 법칙이다. 높이 솟은 것이 있으면 아래로 골이 깊다. 문경 8경의 하나라는 선유동 계곡은 백두대간이 이어지는 대야산을 가운데 두고 있는 곳으로 문경팔경 중에 하나다. 백두대간은 지형적으로 한반도를 지탱하고 있는 척추의 역할을 한다. 

문경의 선유동이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경주 최 씨의 시조인 최치원의 흔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문경에 있는 주흘산, 희양산, 황장산, 대야산, 대미산, 백화산 등은 다른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빠지지 않은 산들이다. 선유구곡과 용추계곡, 충북 쪽으로는 같은 이름의 선유구곡을 끼고 있어 ‘내·외 선유동(仙遊洞)을 거느리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2월의 차가운 날씨가 계곡에도 얼음을 만들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저 높은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무언가 리듬감이 느껴진다. 이곳의 물은 용추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데 용추계곡의 물이 2㎞ 정도를 더 흘러 내(內) 선유구곡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겨울에는 참 조용한 곳이다. 여름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온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지금은 음식점들도 개점휴업상태이다. 

이곳은 선유동천 나들길로 약 3km를 더 걸어가면 운강 이강년 기념관이 나오고 우측으로 가면 용추계곡이 나온다. 용추는 갈수기에도 물이 마르지 않아 옛적에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사납게 짖던 개도 가까이 다가가니 뻔하게 쳐다본다. 배가 고팠던 것일까. 이곳에서의 등산코스는 가은읍 완장리 벌바위삼거리에서 용추계곡을 거슬러 올라가 월영대에서 피아골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밀재에서 왼편으로 꺾어져 다시 용추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이 일반적이다. 

조금 더 올라오니 글씨가 살짝 지워진 용추계곡이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2018 숲길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 문경 선유동천 나들길이 1위(93.2점)를 차지했다고 24일 밝혔다. 2위는 울진군 금강소나무숲길(92.1점)이었다고 한다. 

체험 만족도에서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고 하는 문경 선유동천 나들길은 숲길 주변의 산세와 계곡의 형세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주변으로 더 나아가면 역사와 문화 자원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계곡에서 선녀들이 놀고 있는 것을 본 장군이 그중 한 선녀를 잡으려다 선녀가 재빠르게 승천하는 바람에 헛손질을 한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은 이곳 경치가 홍류동보다 아름답다고 칭찬하면서 학천정 맞은편 바위에 새긴 선유동이란 글자를 남겼다.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은 나름의 재주가 있었는데 글을 잘 쓰는 명필이었다고 한다.  이완용이 나라를 일본에 넘기고 쏟아지는 비난을 피해 선유계곡을 찾았을 때 계곡은 그를 내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에 왔던 그가 학천정 옆 바위에 학천이라 쓰고 밑에 새긴 그의 이름 중 끝 ‘용’ 자를 사람들이 뭉개버렸다고 한다. 선비들의 학문과 기상이 산처럼 높고 물처럼 끊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선유동계곡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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