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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9. 2019

감각(感覺)

소다 미술관 - 감각 수업

감각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그걸 깨우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예민해지지 않는다. 감각은 삶을 풍요로우면서도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감성의 원천이기도 하다. 먹고사는 것은 이제 삶의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삶의 수준이 조금 더 풍부하게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단어 하나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조화와 동조는 다르다. 군자는 사람들과 조화하지만 동조하지 않지만 소인은 사람들과 동조하지만 조화하지 않는다고 한다. 보는 것과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 그 감각이 살아난다. 

화성에 자리한 소다 미술관은 한잔의 커피와 전시전을 통해 입과 눈의 감각을 깨워주는 곳이다. 밖에는 야외 전시전으로 다양한 콘셉트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온몸의 감각을 열고 세상과 만나는 방법을 연습할 수 있는 곳이다. 

소다 미술관의 야외의 건물은 노출 콘크리트 공법을 사용해서 만들어 두었다.  콘크리트 자체가 갖고 있는 색상 및 질감으로 마감재를 이루는 형태로 콘크리트 타설 후 거푸집을 탈형한 상태 그대로를 노출시켜 콘크리트 자체가 나타내는 독특한 조형미가 특징이다. 노출 콘크리트는 철근콘크리트 건축의 아버지인 프랑스 건축가 오귀스트 페레에 의하여 최초로 퐁티우 정비소(Pontieu)에서 시도되었다.

소다 미술관 내부에도 노출 콘크리트로 인테리어가 만들어져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니 처음 눈에 뜨이는 것은 바로 이 얼굴의 형태를 완전하게 갖추지 않은 조형물이었다. 소다 미술관은 2019년 첫 번째 기회 건시로 '감각 수업'을 준비했는데 예술을 통해 감각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 우리가 만나는 세상을 다채롭고 특별하게 만들려고 기획하였다고 한다. 

1층의 갤러리 2 전시실로 들어가면 감각을 깨울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경험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7명의 작가들을 통해 시각화된 다양한 감각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소리와 향기, 맛과 온도, 부드러움과 고통, 균형과 위태로움 등의 댜앙한 감각들을 화폭에 그려내어 관객의 감각을 깨우고 있었다. 

전시실로 들어가는 입구의 오른편에 놓인 작품에서 리듬감이 읽혔다. 이다희라는 작가의 작품은 총 13개 파트로 구성된 곡을 점, 선, 면, 색을 통해 13개의 화면으로 번역을 했다고 한다. 멜로디에 따라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며 리듬감 있는 움직임으로 공간의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생의 감각을 느끼며 유한한 시간과 반복되는 삶의 의미가 있다. 

하얀색의 식탁보에 놓인 물건들이 어딘가 모르게 위태롭다. 고요한 시간 속에 사물들은 위태로운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 모든 것이 안정적인 상태에서는 감각이 무디어진다. 굳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물들이 위태롭게 놓여 있을 때 사람의 감각은 되살아난다. 사진만이 포착할 수 있는 위태로움의 순간을 정물화로 보여주는데서 새로운 감각이 깨어난다. 

감각이 되살아난다는 것은 변화를 시도하는 일에서 비롯이 된다. 실력이 있더라도 헤프지 않고 힘이 없는 듯이 행동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안정적인 구도의 정물화와 달리 구도가 불안하지만 새롭다. 

사탕을 보니 3월에 찾아올 날이 연상된다. 정보연이라는 작가는 사탕을 소재로 회화 작업을 선보여왔다고 하는데 선명한 캔디 컬러로 달콤함만을 그려내지 않았으며 진득하게 녹아내린 모습 속에 '맛을 보다(see)'을 넣어서 다채로운 미각적 이미지의 경험을 제공하려고 했다고 한다. 

 물기둥과 부서지는 물보라로 관객을 풍랑의 바다 한가운데로 인도하고 있다. 안준은 찰나의 순간으로 쪼개진 방류 장면은 맥락을 벗어나 폭풍이라는 독립적인 작품으로 새로운 의미와 해석을 보여주고 있는 안준작가의 작품이다. 

특정 운동을 하면서 발의 감각을 깨우는 다양한 자세를 배우게 된다. 보통 발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가장 중요한 신체부위지만 많이 잊고 살아간다. 익숙한 공간에 낯선 상황을 연출한 기슬기라는 작가의 작품이다. 이혜성이라는 작가의 작품은 식물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시간이라는 주제로 전개했다고 한다. 싱그럽고 촉촉한 수풀을 지나 빛이 바래 바스러질 것 같은 수풀로 변모하는 화면은 자연의 질서와 순환하는 우리의 삶이 담겨 있다고 한다. 오래간만에 감각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소다미술관 : 경기도 화성시 효행로 707번길 30

070-8915-9127

2019.01.08 ~ 2019.03.17

관람시간 화요일 - 일요일 10:00 - 18:00

기슬기, 서웅주, 신기철, 안준, 이혜성, 이다희, 정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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