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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20. 2019

점화(點火)

자주의 불을 밝히는 일

유관순으로 상징되는 3.1 운동은 어느 날 갑자기, 우연하게, 즉흥적으로 터져 나온 역사의 산물이 아니다. 안으로는 의병 투쟁, 동학농민전쟁, 의열 투쟁 등 밑으로부터 전개되어 온 민중운동과 독립협회 같은 단체들의 활동이 있었다. 일본은 합병 초기에 무단통치를 시도하였다. 이때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을 대하면서 3일에 한 번 조선인과 명태는 두들겨 패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이는 변질되면서 여성을 대하는 태도로 바뀌기도 했다. 모든 분야에 무단통치는 일상이었다. 학교에서도 폭력이 일상화되었는데 이는 광복이 되고서도 교사들에게 그대로 이어지기도 했다.

3.1 운동과 유관순을 다시 생각해보기 위해서 유관순 열사 사적지를 찾아왔다. 지금 유관순 열사는 의사로 격상하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천안이 있다. 지인은 통화 중에 유관순 열사의 핏줄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며 시간이 된다면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시간이 되면 유관순 열사와 관련된 핏줄을 찾아봐야 할 듯하다. 

예전에도 와본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유관순 열사의 일생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와 본다. 보통 처음에 불을 붙이는 것이 가장 어렵다. 3.1 운동 이후 독립운동 과정에서 보인 여성들의 투쟁은 결코 남성들에게 못지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독립운동 사는 남성 위주로 쓰인 경향이 있었다. 

독립운동사 100주년의 의미 때문일까. 천안에서는 3월 1일 뮤지컬로 유관순을 선보이고 영화 역시 항거: 유관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다음 주에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1919년 3.1 만세운동 후 세평도 안 되는 서대문 감옥 8호실 속, 영혼만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1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유관순의 사진이 항상 어딘가 그늘져 보이고 그래서 유관순의 일상도 그러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유관순은 상당히 쾌활한 소녀였다고 한다. 영화의 제목은 항거이지만 점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이지 않을까. 이화학당에서는 유관순에게 명예졸업장을 주었는데 유관순기념관 안으로 들어가면 만나볼 수 있다.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전국 집회 횟수는 1,542회, 참여자 2,051,448명, 사망자 7,509명, 부상자 15,850명, 체포된 사람 46, 306명, 불탄 민가는 715채에 이르렀다. 

거사일을 3월 1일로 결정한 데에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당시 고종 황제의 국장을 2~3일 앞두고 각 지방에서 다수의 인사가 서울에 모일 뿐 아니라 예로부터 천시지리인화는 사업을 성취하는 데 있어서 3대 조건이라고 하는 말도 있었던 시기였으며 3 교단이 일체가 되어 일으킨 의미와 삼일은 삼위일체의 철학적 요건이 들어가 있으며 영토와 인민, 주권의 3 요건으로 일국가가 성립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100주년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평일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유관순 사적지를 찾아서 둘러보고 있었다. 

비폭력 평화시위를 지향했던 것은 당시의 의미도 있었지만 막강한 일본의 군사력에 민중들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삼일운동은 점화를 했을 뿐 그 불은 감옥에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감옥에 갇혀서도 항거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유란 하나뿐인 목숨을 내가 바라는 것에 맘껏 쓰다 죽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외침은 감옥 안 또 다른 저항의 시작이었다. 구타와 고문이 이어지지만 그녀는 감옥 안의 항거를 멈출 생각이 없었다. 

10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이 땅에서 사람에게서 완전히 일본의 흔적을 씻어내지는 못했다. 일본이 행했던 그 방식 그대로 같은 민족에게 자행했던 역사가 있으며 가정이라는 공간에서조차 그 방식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제 바로 설 때가 되었다. 바른 척하는 자가 바르다고 보이려 하고 형벌이 정당함을 얻지 못하게 된다. 형벌이 정당함을 얻지 못하면 국민은 언제 자신이 빠뜨려질지 알지 못한다고 느끼게 되고, 불안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알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 시점이 매우 중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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