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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24. 2019

춘백, 추백, 동백

거제 외간리 동백나무

 봄에 피면 춘백이라 부르고 가을이면 추백, 겨울에 피면 동백이라고 부르는 동백나무의 꽃은 화사하게 만개한 다음 꽃잎이 한 장씩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꽃봉오리 통째로 땅에 떨어진다. 동백꽃은 비극적이며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경상남도 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있는 거제 외간리 동백나무는 남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백나무와 그 크기와 모습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외간마을이라는 이름의 외간은 충청남도 아산의 이간을 연상케 한다. 아산에 가면 이간의 외암마을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간과 외암을 적당하게 믹싱 해서 느껴지기에 외간마을이 낯설지가 않았다. 동백나무는 정감이 가면서도 그 나무의 특징이 올바름을 상징한다. 옳은 것을 바르게 행하되 그에 따른 이익을 도모해서는 안되고, 도리를 밝히되 그에 따른 성과를 따져서는 안 된다고 한다. 

동백나무를 보러 가는 길목에는 장군돌이 세워져 있다. 

화려하고 아름답던 시절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기에 매달린 채 시든 꽃과 달리 동백꽃은 이런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꽃으로서 색깔을 다하면서 새빨간 꽃잎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통째로 떨어지는 동백꽃은 산다화(山茶花), 탐춘화(探春花)라고도 부르며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기에 중부지방에서 보기는 힘들다. 

소설 속에서 동백은 적지 않게 등장하였다. 프랑스 소설가이며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삼총사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뒤마는 '동백꽃 부인(La Dame aux camlias)'을 썼는데 창녀인 여주인공 마르그리트 고티에는 동백꽃을 매개로 순진한 청년 아르망 뒤발과 순수한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은 비극으로 끝나버린다는 줄거리가 그려져 있다. 

겨울에 피어서 더 가치가 있어 보이는 동백나무는 종족보존을 위한 나름의 계산이 있지 않았을까. 동박새로서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하여 열량이 높은 동백나무의 꿀을 열심히 따먹어야 하는데 꿀을 가져갈 때는 깃털과 부리에 꽃밥을 잔뜩 묻혀 여기저기 옮기게 된다.  꽃 피우기에서 경쟁자를 따돌리고 종족보존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데  작고 귀여운 동박새와 ‘전략적인 제휴’를 함으로써 공존하는 것이다. 부부나무라고도 부르는 외간리 동백나무는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의 9대손 이두징이 조선시대에 입향 기념으로 심었으며 오랜 세월을 나무와 함께 했기에 마을을 수호하는 나무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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