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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3. 2019

위대한 평범

괴산 한운사 기념관

평범하게 사는 것이 쉬운 것 같지만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 먹고사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지속적인 소득과 평범한 가정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을 때 평범하게 살 수 있다. 그렇게 살 수 있는 평범한 가정이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괴산의 한 작가인 한운사라는 사람의 흔적이 남겨져 있는 한운사기념관에서 만난 여러 문구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위대한 평범을 향해 나아가고자 했으며 충북 괴산군 청안면 읍내리에서 출생한 한운사는 바로 이 기념관터에서 태어났다. 

"한 가닥 구름 이는 것이 태어남이요, 한 가닥 구름 사라지는 것이 죽음이라." 


한운사라는 작가는 한 때 민중의 교사라고 불릴 만큼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자유분방한 영혼과 인간적이면서 유영한 작가로 힘 있고, 간결하면서도 유려한 특유의 필치가 특징이라고 한다. 

작가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옆에 있어야 새로운 생각이 뿌리 없이 일어난다. 남자에게는 여자가 여자에게는 남자가 새로운 감성을 주기도 하고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나이가 많거나 젊거나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한운사는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을 8회나 역임하면서 방송작가들의 권익과 위상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미루면서 받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창작의 연료가 되고, 빈둥거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스스로 좌절함으로써 새로운 시작의 동력을 얻을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은 그렇게 빈둥거려보며 위대한 평범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때가 있는데 마침 한운사기념관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글귀들을 보았다. 

피상적이고 인위적인 작품들이 애를 써서 독창적이고 새로운 것을 쫓으려 하지만 모든 위대한 예술과 사상은 매우 평범한 것에서 탄생한다. 방송작가로서 영화 시나리오를 많이 썼던 사람의 기념관은 처음 와보는 듯하다. 

그의 작품세계에서 색다른 제목이 눈에 뜨였다. 바로 '꿈나무'였다. 지금은 보통명사처럼 생각이 되지만 그는 젊고 어린 세대를 일컬으며 꿈나무라는 제목을 사용하였다. 한 결 같이 사회성과 함께 멋과 품격을 지닌 드라마의 스토리를 많이 썼다고 한다. 

한운사는 작가 활동을 하던 중에 구속이 되었다. 구속이 된 사유는 바로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이 서울을 고수하고 있다고 거짓을 말하는 것과 동시에 철교를 폭파하고 자신만 남쪽으로 내려간 것을 폭로했을 때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이 된 것이었다. 그 내용이 담겨 있었던 "잘 돼갑니다" 영화는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개봉되지 못하고 결국 빛을 보지 못하게 된다. 

세대가 많이 달라서일까 그가 주로 참여했던 드라마들을 본 기억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한운사는 흔해 빠진 신파 멜로드라마와 달리 멋과 품격을 유지했으며 사회성과 현실과 미래를 담았기에 작가의식이 엿보였다. 

아주 잠깐 엿보았지만 한운사는 기고와 시평, 칼럼을 쓰는데 현실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대의 지성과 양심을 가지고 언제든 필요하면 날카로운 시선으로 시원하고 거침없는 목소리로 세상을 일깨웠다고 한다. 

비록 세대는 다르지만 그가 쓰는 언어, 드라마의 대사가 일반의 생활언어로 변했다는 것에 대해서 적지 않은 매력을 느꼈다. 인간의 잔인성과 비인간성,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시대 상속에서 꿈과 미래를 찾으려는 그의 의지가 TV라는 것에 의해 그려진 것이다. 

"산다는 것의 소중함과 인간의 향기, 사랑의 진실과 자유로움과 행복... 작가 한운사가 추구한 일관된 테마였다. 항상 시대의 화두와 인간의 조건을 제시한 작가 그의 글은 쉽고, 명쾌하고, 거침없고 오묘했다. 그의 드라마와 언어는 마법처럼 사람을 흘렸다. 언제나 사회와 역사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을 가졌었다."


마법과 같은 인생거울 그것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그날 위대한 평범을 깨달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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