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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4. 2019

네 모퉁이

시안 미술관 세상의 네모퉁이 전시전

평범하게 산다면 보통 사람은 네모퉁이가 있는 곳에서 잠을 잔다. 집을 짓는 데 있어서 사각형의 형태를 띠는 것은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방의 어디로 가든지 간에 네 모퉁이에 맞닿게 된다. 예술작품은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하는데 경상북도 영천시에 자리한 시안미술관에서는 네 명의 참여 작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세상의 네모퉁이를 보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어 감상해보았다. 

시안미술관은 원래 초등학교로 사용되던 공간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너른 운동장에는 아주 넉넉한 느낌을 부여하는데 시안미술관을 상징하는 두개골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람의 머리는 23개의 뼛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하악골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관절에 의해 두개골에 부착되어 있다. 

하악골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말을 조심해야 된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이  사업은 2018년 경상북도의 지역문화예술 협력지원 사업의 레지던스 지원사업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세상의 현상을 받아들인다. 선별된 감각과 인식, 사고의 장을 통해 비가시적인 세상의 원리를 깨닫기도 하고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작품의 수는 많지 않지만 전체적인 색감은 회색이다. 색채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일까. 우선 사람 사는 이야기가 먼저 만나본다. 자신이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나아가서는 한국 사회가 근대화가 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우리가 다루는 것도 달라지고 기술도 바뀌지만 사람이 사는 일은 모두 똑같다. 다채로워 보이는 세상에서 색을 빼고 이미지를 압착하다 보면 중층적인 시간과 의미를 보게 된다. 견고해 보이는 제도와 법은 시간이 지나면서 균열과 파열이 생기면서 왜곡화가 된다. 좋은 제도라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런 형태의 보도블록은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다. 요즘에는 밟기만 하면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보도블록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세상의 일이 모두 그런 듯하다. 무언가를 먹고 움직이고 운동에너지가 발생하면 이는 자연스럽게 다른 에너지로 치환이 된다. 

1층의 회색 작품을 보고 올라오면 온통 흰색으로 만들어진 부력이라는 작품이 나온다. 흰 벼고가 맨바닥에 천장에서 덜어지는 빛과 그림자만 나온다. 대기의 흐름 속에 자신에게 집중해볼 수 있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관객의 체험이 겹쳐지면서 때론 투명한 느낌마저 받게 한다. 

3층의 공간에서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느낌은 바로 중력이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거대한 별에서 작용하는 중력에 붙들려 살아가고 있다. 흔들리고 부딪치는 것이 수없이 많은 이 세상에서 가만히 있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무척 어렵다. 

우주를 채우고 있는 물질들은 태우거나 압축하거나 자르거나 날카롭게 연마할 수 있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어두운 공간에 한줄기의  빛을 만든 에너지의 세계와 빗자루, 나무, 바위, 사람과 행성으로 이루어진 질량의 세계는 전혀 무관해 보이지만 놀라우리만치 균형을 잡으면서 세계를 이루고 있다. 무언가가 불편하다고 해서 제거하면 늘 다른 무언가가 나타나서 그 빈자리를 채울 것이다. 그것이 세상의 네 모퉁이를 채우는 자연의 법칙이다. 


시안미술관 

세상의 네 모퉁이 (For corners of the world)

참여작가 : 박기진, 배성미, 이재훈, 허수빈

2018.12.1 ~ 2019.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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