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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향기 은근할세

사천 다솔사의 봄

봄이 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날까. 봄냉이, 명이나물 같은 것이 아닐까. 개구리가 깨어나고 햇볕의 따사함이 피어오르고 바람도 따뜻하게 다가오면서 온 세상 구석구석 따뜻하게 적셔준다. 범어사의 말사로 503년(신라 지증왕 4) 연기조사가 개창했던 것을 신라 말기 불당 4동을 증축하면서 다솔사라고 부르는 이곳은 경남 사천의 1,500년의 역사를 가진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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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사와 차에 대한 역사는 매우 깊은데 통일신라시대에 김대렴이 당나라에서 차나무 씨앗을 가지고 와서 현대 하동에 왕의 차의 씨앗을 뿌리고 이곳에도 야생차밭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냉이가 봄나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냉이는 겨울부터 자라는 방석 식물의 일종이다. 추우니 얼지 않기 위해 잎이 낲작 엎드려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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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땅이 기운이 좋은 곳이라고 한다. 다솔사의 적멸보궁 뒤편에는 오래된 묵은 차나무들이 즐비한데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산비탈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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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규슈지방은 쌀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그곳이 기름져서 쌀맛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척박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벼를 기르니 제한된 영양에서 벼가 늘 목말랐는데 벼는 모든 영양을 최대한 몰아 낟알에 보내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맛있게 영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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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을 했던 만해 한용운이 거닐던 사찰이다. 가혹한 환경에서 처한 사람 중 그걸 이겨내는 사람은 뼛속부터 모든 의지를 다지며 격이 있게 스스로 성장 한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그 가혹한 환경에서 새싹을 피우려 했었다. 1939년 8월 29일 다솔사에서 만해는 동지들 후학이 마련한 회갑연에서 다솔사 경내 안심료 앞에서 황금편백 3그루를 기념식 수하며 미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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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겨울을 날수록 냉이의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냉이 잎을 맛보면 알겠지만 향이 많지 않다. 그러나 뿌리에는 모든 영양이 응축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냉이로 사용해서 만든 음식은 봄을 맞은 당신에게 가장 큰 위로를 선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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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불이 『화엄경』을 설한 중인도 마가다국 가야성의 남쪽 보리수 아래의 적멸 도량(寂滅道場)을 뜻하는 전각이라는 의미의 적멸보궁이 다솔사의 중심이 되는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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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흐르는 이 물의 맛은 다솔사의 맛이다. 향기가 나지 않을 것 같은 물에서 은근한 향기가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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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후 최치원과 지영, 능민 두 스님이 거닐며 즐기던 곳에 절의 역사가 시작 될 때는 영악사라 고도 불렀으며 자장법사가 중창하여 타솔사라 하였으며 원교 대사 의상에 의하여 삼창이 이루어졌는데, 이름을 영봉사라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다솔사라고 불리는 사찰의 봄바람이 이렇게 불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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