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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4. 2019

그 향기 은근할세

사천 다솔사의 봄

봄이 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날까. 봄냉이, 명이나물 같은 것이 아닐까. 개구리가 깨어나고 햇볕의 따사함이 피어오르고 바람도 따뜻하게 다가오면서 온 세상 구석구석 따뜻하게 적셔준다.  범어사의 말사로 503년(신라 지증왕 4) 연기조사가 개창했던 것을 신라 말기 불당 4동을 증축하면서 다솔사라고 부르는 이곳은 경남 사천의 1,500년의 역사를 가진 사찰이다. 

다솔사와 차에 대한 역사는 매우 깊은데 통일신라시대에 김대렴이 당나라에서 차나무 씨앗을 가지고 와서 현대 하동에 왕의 차의 씨앗을 뿌리고 이곳에도 야생차밭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냉이가 봄나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냉이는 겨울부터 자라는 방석 식물의 일종이다. 추우니 얼지 않기 위해 잎이 낲작 엎드려 성장한다. 

이곳은 땅이 기운이 좋은 곳이라고 한다. 다솔사의 적멸보궁 뒤편에는 오래된 묵은 차나무들이 즐비한데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산비탈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일본의 규슈지방은 쌀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그곳이 기름져서 쌀맛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척박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벼를 기르니 제한된 영양에서 벼가 늘 목말랐는데 벼는 모든 영양을 최대한 몰아 낟알에 보내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맛있게 영글었다고 한다. 

독립운동을 했던 만해 한용운이 거닐던 사찰이다. 가혹한 환경에서 처한 사람 중 그걸 이겨내는 사람은 뼛속부터 모든 의지를 다지며 격이 있게 스스로 성장 한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그 가혹한 환경에서 새싹을 피우려 했었다. 1939년 8월 29일 다솔사에서 만해는 동지들 후학이 마련한 회갑연에서 다솔사 경내 안심료 앞에서 황금편백 3그루를 기념식 수하며 미래를 다졌다. 

가혹한 겨울을 날수록 냉이의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냉이 잎을 맛보면 알겠지만 향이 많지 않다. 그러나 뿌리에는 모든 영양이 응축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냉이로 사용해서 만든 음식은 봄을 맞은 당신에게 가장 큰 위로를 선사해준다. 

 석가모니불이 『화엄경』을 설한 중인도 마가다국 가야성의 남쪽 보리수 아래의 적멸 도량(寂滅道場)을 뜻하는 전각이라는 의미의 적멸보궁이 다솔사의 중심이 되는 건물이다. 

물이 흐르는 이 물의 맛은 다솔사의 맛이다. 향기가 나지 않을 것 같은 물에서 은근한 향기가 풍긴다. 

문창후 최치원과 지영, 능민 두 스님이 거닐며 즐기던 곳에 절의 역사가 시작 될 때는 영악사라 고도 불렀으며 자장법사가 중창하여 타솔사라 하였으며 원교 대사 의상에 의하여 삼창이 이루어졌는데, 이름을 영봉사라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다솔사라고 불리는 사찰의 봄바람이 이렇게 불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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