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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1. 2023

상대적 경험

겨울의 장곡사에 찾아온 손님, 눈

모든 경험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상대적이다. 상대적이라는 것은 우리는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지만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 않지만 우리는 비슷한 잣대로 세상을 판단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왜곡은 많은 생각의 차이를 만들게 된다. 눈이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청양의 장곡사라는 사찰을 찾아가 보았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고려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및 복장유물'을 국가지정문화재(국보)로 지정했다고 한다. 장곡사 불상 제작에는 왕전(후에 공민왕) 등 왕족을 비롯해 군부인·무관·일반 백성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했는데  '몽골침탈기'라는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무병장수, 전쟁 중에 죽은 친족의 극락왕생을 발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람의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는 겨우 그 시간을 가지고 '나 때는 말이야~' 말을 수없이 언급한다. 장곡사는 인간의 관점으로 본다면 오래된 사찰이다. 발원문에는 1346년(고려 충목왕 2)이라는 정확한 제작시기가 적혀 있어 고려 후기 불상의 기준 연대를 제시해주는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및 복장유물은 고려 후기 불상조각 중 약합을 들고 있는 약사여래의 도상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눈이 내린 날 멀리 떨어진 곳이라고도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가까이에 있는 청양의 장곡사는 설경으로 채우고 있었다. 온화하고 자비로운 표정, 비례감이 알맞은 신체, 섬세한 의복의 장식 표현 등 14세기 불상조각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주고 있는 불상은 우리가 원하는 궁극적인 세상의 모습일까. 

사찰은 대부분 산속에 있기 때문에 중력이 이끄는 발의 무게를 이기며 올라가야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중력은 모든 것의 기초이며 모든 것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중력파를 통해서가 아니면 중력이 초기우주에 끼친 영향을 직접 읽을 수 없듯이 말이다.  

'몽골침탈기'라는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무병장수, 전쟁 중에 죽은 친족의 극락왕생을 발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곡사의 불상은 사람의 소망을 담고 있다. 

주요 길목을 제외하고는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서 조심스럽게 장곡사를 돌아본다.  

벌써 2023년이 시작이 되었다. 1월 1일이 지나면 이제 벚꽃이 피어나게 될 4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곳 장곡사로 오는 길은 겨울에 내리는 눈이 아니라 지방도 645호선에는 흰 눈이 흩날리듯 아름다운 벚꽃길이 자리하고 있다. 

장곡사는 청양을 대표하는 사찰로 우리의 문화유산의 보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대웅전이 두 개가 있는 사찰로 여전히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할 수 있는 가치는 그 끝을 가늠할 수가 없다.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이다. 다음 계묘년의 해는 2083년이니 멀리 있기는 하지만 그 시기는 정말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듯하다. 토끼처럼 영민하게 생각하고 거북이처럼 그 길로 천천히 한 걸음을 내딛다 보면 다시 흰 눈이 내린 2024년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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