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an 09. 2023

겨울에 피는 꽃

고창 선운산에 자리한 푸른 사찰 선운사

산도, 나무도, 꽃도 추운 겨울을 이겨내야 잘 성장할 수 있다. 다가오는 추위를 피하던가 주저앉거나 피한다면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자연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면서 살다 보면 산의 아름다움과 변화들을 가슴으로 바라보고 좋아하게 된다. 그렇다고 산이 매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꽃은 지기 위해 피는 것이 아니라 피기 위해 피는 것이다. 겨울에도 피는 꽃이 있다. 그걸 동백이라고 부른다.

고창군은 현재 전라북도에 속해있었지만 예전에는 전라남도에 속한 지역이었다. 1896년 전라도가 남북으로 분도(分道)될 당시에도 전라남도에 속해 있었다가 1907년 흥덕, 무장 두 고을과 함께 전라북도에 편입되었다. 고창군, 무장군, 흥덕군 3개 군을 통합하여 오늘날의 고창군이 형성된 것이 1914년이니 100여 년이 지났다.

고창의 선운사는 고창을 대표하는 사찰이면서 대찰이라고 부를 만큼 큰 사찰이기도 하다.  577년(백제 위덕왕 24) 백제의 고승 검단(檢旦 또는 黔丹)이 창건했다는 설이 있는 고창 선운사는 1318년(충숙왕 5)과 1354년(공민왕 3)에 중수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폐사(廢寺)되었다가 1472년(성종 3) 행호선사(幸浩禪師)는 탑만 남아 있던 자리에 덕원군(德原君 : 성종의 숙부)의 후원을 받아 10여 년 동안 대규모 가람으로 중창하였다고 한다.

생각이 많아졌다는 것은 마음이 감정을 따라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음으로 말하면 본래 깨끗하고 고요하다. 어떤 감정도 담는 것이 마음의 본질은 아니다. 사찰에 가면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기 위해 생각을 비워보기도 한다.

고창 선운사는 고요한 곳이다. 남쪽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백이지만 이곳 고창에도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후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로 사용이 된다고 한다.

남쪽이 아니라서 아직 동백이 피지 않았다. 만약 피었다면 동백꽃들이 흰 모자를 쓴 것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약간은 아쉽다. 불교에서 선은 자신을 신뢰하게 하고, 가장 근본 마음의 상태로 되돌려주는 기능을 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행동은 밝아지고 사고는 자유로워지게 된다.

그렇게 대찰이었으며 찬란했던 선운사는 정유재란 때 초토화되면서 성종의 어실(御室: 성종의 선왕·선후의 영가를 모신 곳)만 남게 된다. 이후 1614년(광해군 6)에는 무장현감 송석조(宋碩祚)가 재건 불사를 주도 하여 법당을 5칸으로 증축하고, 건물의 방향도 지금과 같이 바꾸었다고 한다.  

지금도 꾸준하게 관리가 되고 있는 선운사는 계곡을 따라 동서로 긴 평탄한 대지 위에 여러 동의 건물들이 세워져 있다.

사찰의 경내에는 기둥이 하나 덩그러니 서 있어서 유심히 살펴보았다.  배흘림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공포를 얹었으며 지붕구조를 연목으로 마감한 선운사 기둥의 면면을 실제 크기로 감상할 수 있는 이 전시물은 폭이 4.5 m×4.5m에 이르고 높이가 무려 9m에 이른다.

이제 뒤로 올라가서 선운사내에 자리한 천연기념물인 동백나무를 보기 위해 걸어가 본다.  

동백나무는 살을 에는 듯한 날카로운 추위를 극복하고 지금 꽃을 피워야 하기만 하는 사연이 있는 듯하다. 겨울에 볼 것이 없음을 아쉬워하는 사람을 위한 것일까. 절박함이 있어 따뜻해지는 봄을 두고 지금 꽃을 피우는 것인지 알지 못하지만 조금 있으면 봄이 오리라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고창하면 수박도 생각나고 복분자도 연상된다. 게다가 장어 하면 고창의 민물장어가 있고 그 거리에는 장어집들이 즐비하다.

물이 흘러내려가는 소리가 맑게 들린다. 겨울 햇살 가슴에 가득 담고 추운 겨울이지만 귀하고 따뜻해질 수 있는 마음으로 성숙된다면 스스로 더 깊어지고 향상되어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대적 경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