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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9. 2021

내일의 나

서산 상왕산의 문수사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Hodie mihi, cras tibi)는 라틴어의 표현으로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몰랐던 의미이기도 하고 오늘의 내가 내일의 네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 속에서 많이 등장하는 콘셉트처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내일의 나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모두 다른 존재처럼 보일 수 있다. 영원에서 유한한 존재로 살다가 다시 영원한 존재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계절의 변화를 보기 위해 자연을 보기 위해 오르기도 한다. 숲은 매번 다른 느낌을 보여준다. 비가 오면 비 오는대로 눈이 오리면 눈이 오는 대로 혹은 해가 내리쬘 때면 햇빛이 가을 낙엽 사이로 빛이 보이기도 한다. 

오늘을 향기롭게 살지 않는다면 내일이 향기롭게 되기란 힘들 것이다. 삶을 풍요롭게 향기롭게 가꾸어 살지 않는다면 이런 모습의 사찰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다. 봄에는 왕벚꽃 명소로 알려진 곳이지만 올라오는 길목에 단풍나무의 색감이 남아 있는 이곳 문수사에는 금동여래 좌상의 불복 장물로 출토되었고, 현재 동국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있다.

사찰을 조용하게 돌아보는데 여성 분이 나와서 커피를 주겠냐고 물어보아서 감사하다고 했다. 블랙커피였다. 황금색으로 자신의 소원을 수놓은 불자들의 이야기가 극락보전 옆에 자리하고 있다. 


문수사의 극락보전은 서방 극락정토를 축소시켜 묘사한 곳이다. 아미타전이라고 부르고 하는데 본존불이 아미타불이어서 그렇다. 아미타불의 인계에는 9품이 있다고 한다. 극락에 태어나는 자들의 수준에 따라 상품(上品) · 중품(中品) · 하품(下品)으로 나누고, 다시 각각 상생(上生) · 중생(中生) · 하생(下生)으로 나눈 것이라고 한다.

탑 위에 가만히 앉아 있는 조그마한 동자승이 목탁을 두드리고 있다.  세상을 깨우쳐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비유하는 목탁은 의식 용구다. 

주위의 산과 목장에 봄이면 벚꽃과 야생화가 어우러지고 가을의 단풍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문수사는 조용한 산사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내일의 너는 어떤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고 오늘의 내가 생각한 것이 지켜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걸어가기 위해서는 내일의 네가 어떨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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