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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7. 2019

해방기

대전문학관 기획전시 '해방기 대전문학 소개전'

해방기에 태어난 사람들을 세대로 구분하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마지막 세대에 속하게 된다. 보통 100년을 3세대로 나누어 본다면 마지막 세대인셈이다. 해방기의 삶을 아련하게 기억하며 명확하게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부모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명확하게 겪어서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해방이라는 것은 막연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방은 혼란이 가중이 된다. 사람 역시 성인이 되는 것을 해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부모의 과보호 아래에서 사회로 내보내 지게 되면 오히려 사회 면역력이 약해 더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문학이 가진 힘은 정신적인 면역주사를 준다는데 있다. 그렇지만 그 안에 갇히면 마치 무균실에 갇힌 것처럼 사회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미세먼지가 있다고 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야 되겠는가. 

용전동에 자리한 대전문학관은 척박했던 대전이라는 지역의 문학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야외에는 야외문학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거창하지는 않다. 그냥 주변을 살펴보면서 걸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대전 전역에는 신탄진의 이덕영 식비부터 김대현 시비, 정훈 시인 구가, 박팽년 시조비, 박팽년 선생 유허비, 호연재 김 씨 시비, 정의홍 시비, 서포 김만중 문학비, 지헌영 대전사랑 시비, 권선근 문학비, 한성기 시비, 소월 시비 등이 있다.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다. 

다양한 시인들의 시도 접해볼 수 있다. 봄이 되었으니 적당한 시는 긍정의 빛, 새싹들의 잔치, 나의 산책은, 꽃 한 송이 피우기 위해, 꽃으로 피었기에 등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다시 해방기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해방기 대전에서 발간된 첫 잡지는 1945년에 발행된 향토다. 향토라는 잡지는 대전을 근거지로 구현된 첫 동인회 모임의 소산이며 종합문예지를 표방하며 동구 원동 93번지 원동네거리 부근의 인쇄소에서 발행했지만 창간되었던 해를 고비로 재정적 어려움으로 종간되었다고 한다. 

해방기에도 옛날에는 시도 저렇게 한문을 섞어서 썼나 보다. 


박용래 - 새벽

새벽하늘 

무한한 

초원이다. 


가는 구름은 

안개속에 꿈을 깨인 

산양의 군단


그들의 길목에는 

효성이 

단애위에 백합송이 만양


이슬 품고 진주모색으로 

머얼리

밤을 흔들다.


해방이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한반도는 이념 대립이 극 심화되면서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는 시대에 직면했다. 분단이라는 비극적 현실과 이데올로기의 대립 앞에 대전 문단 역시 그런 상황 속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좌측에 서 있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우측에 서 있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서로 다른 희망을 보면서 살아갔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자료가 소개가 되어 있는데 첫 순수시지인 동백과 좌익계 문학지였던 현대와 1945년부터 1950년 사이에 형성된 대전문학의 성과와 그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자료를 볼 수 있다. 매우 익숙한 이름들의 시집들이 있다. 민물고기 튀김으로 유명한 옥천을 대표하는 시인인 정지용이 1946년에 발표한 정지용 시집도 볼 수 있다. 

얼마 전 영화로도 개봉했던 말모이의 활동을 했던 조선어학회의 자료도 있다. 조선어 표준말 모음이라는 것을 발간하였는데 참 희귀한 자료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 있는 조선어 표준말 모음은 1945년에 발간된 것이지만 최초는 1936년 10월 28일로 1936년 490회 한글 반포 기념일에 간행하였다. 책을 살펴보면 예를 들어 ‘줍다[拾]’라는 말이 갑이라는 지방에서는 ‘줍다, 줍고, 주워’로, 을이라는 지방에서는 ‘줏다, 줏고, 줏어’로, 병이라는 지방에서는 ‘줏다, 줏고, 주어’와 같이 지방에 따라 달리 쓰이는 것 등을 정리한 것이다. 1936년에 초판을 펴낸 뒤에 1945년 광복 전에 3판을 펴내고 광복 후에 다시 몇 판을 거듭하여 우리나라 문화발전에 이바지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말이라는 것은 참 중요하다. 예를 들어 드라마에서 나온 것처럼 'LOVE 합시다.'를 우리말로 '사랑합시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오해가 생기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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