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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7. 2019

전령사

봄의 맛을 알리는 주꾸미

전령사 (傳令使)는 어쨌든 간에 무언가를 전달해주는 사람이며 꽃 혹은 사물이기도 하다.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아주는 것 모두에 해당이 된다. 봄의 전령사라고 하면 꽃이 될 수도 있고 먹거리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도 개나리가 피기 시작했다. 그럼 개나리가 전령사가 되어주는 것이다. 구례에 가면 산수유가 전령사이고 하동에 가면 벚꽃이 전령사가 되어주고 정선군에 가면 할미꽃이다. 

이제 서천에도 주꾸미와 동백꽃의 전성기에 이르게 되었다. 이번 주에도 주꾸미를 먹겠지만 이 시기에 먹어야 될 것 같은 해산물이 바로 주꾸미다. 주꾸미의 매력은 데쳐먹는 맛에 있다. 해외에서 잡은 주꾸미 요리를 하는 전문점이 있지만 이 땅에서 잡히는 주꾸미만큼 매력이 있는 것도 없다. 

건강한 육신을 위한 예방주사라는 일광욕을 하기 위해 밖으로 발길을 했다. 마케도니아의 위대한 왕이라는 알렉산더는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명성을 듣고 그를 찾아갔다고 한다. 디오게네스가 살고 있는 곳에 찾아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더니 디오게네스는 평온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내 앞을 가로막아 그늘이 졌으니, 햇빛을 가리지 말라"라고 하면서 그를 돌려보냈다고 한다. 어떤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보다 내리쬐는 태양을 즐기며 자족하는 삶이 최고의 가치를 가졌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새조개를 먹으려고 했다가 대전에서는 새조개를 가성비에 적당하게 잘하는 곳이 없기에 봄의 전령사라는 주꾸미를 만나기로 했다. 

싱싱한 주꾸미는 데쳐서 먹으면 아삭한 그 맛이 너무나 좋다. 

서해안에서 만날 수 있는 주꾸미는 국내산으로 보통 갈색과 회색을 띠게 된다. 주꾸미는 보통 1년을 사는데 수심 10m 정도 연안의 바위 큼에 서식하며 머리라고 부르는 부위는 몸통으로 그 속에 알이 꽉 들어차 있는데 삶으면 찐쌀처럼 쫀득해져서 맛이 좋다.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알 때 주꾸미 역시 먹물을 풀어놓는다. 주꾸미는 시력 감퇴 방지뿐만이 아니라 해독작용, 심장기능을 강화해주는 효능이 있어서 건강식으로도 좋다고 한다. 


전국에 수많은 지역의 쌀을 먹어보았지만 아직까지 주꾸미의 알만큼 맛있는 쌀맛을 본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주꾸미 먹물에는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 예방과 암 예방 효과, 성인병 예방, 피로 해소 등에도 아주 좋다고 하는데 조금은 건강해진 것보다는 삶의 즐거움에서 식도락을 즐긴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먹는 것은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함이요. 입는 것은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함이다." - 벤자민 프랭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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