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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4. 2019

동백꽃은 성숙이다.

서천 동백정을 물들인 붉은 꽃

땅에 꽃송이로 뚝 떨어져 있는 동백꽃 두 송이를 손안에 담아 보았다. 꽃을 피우는 나무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가 얼마나 될까. 찾아보면 울주 목도 상록수림: 천연기념물 제65호, 옹진 대청도 동백나무 자생 북한지: 천연기념물 제66호, 강진 백련사 동백나무 숲: 천연기념물 제151호,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 천연기념물 제169호, 고창 선운사 동백나무 숲: 천연기념물 제184호, 거제 학동리 동백나무 숲 및 팔색조 번식지: 천연기념물 제233호, 광양 옥룡사 동백나무 숲: 천연기념물 제489호가 대표적인 천연기념물이다. 

동백정에 오면 항상 저 섬이 궁금했다. 저 섬으로 가려면 개인적으로 배를 빌려서 가야 하는데 헤엄쳐가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듯하여 여름이 되면 한 번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축제기간이 되면 이곳에서는 보물 찾기와 스탬프 투어를 하면서 무언가를 찾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세한삼우(歲寒三友),  세한지우(歲寒之友)는 한겨울의 적적함을 풀어줄 수 있는 자연속의 나무와 꽃을 의미한다. 세한삼우에 속하는 것은 대나무, 소나무, 매화나무이고 세한지우는 동백나무다. 모두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 

동백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동백꽃은 꽃이 질 때, 꽃잎이 한 장씩 떨어지지 않고 꽃 전체가 한꺼번에 떨어진다. 아름답고 처연한 느낌을 주어서 그런지 몰라도  동백꽃을 병문안 등에 가져가는 일은 금기로 여겨진다.

동백꽃 하면 역사적으로 시대를 앞서 살았던 성숙의 아이콘 세명의 여성이 생각난다. 성숙했으며 당시 지성인이었던 여성 히파티아, 상관완아, 마르그리트 세명이 그 주인공이다. 보기 드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그 재능을 꽃피우면서 진취적으로 인생을 살았던 이들은 기존의 사회와 심각한 마찰을 일으키며 그중 두 사람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났다. 

동백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알렉상드로 뒤마의 소설 춘희의 원래 제목은 동백꽃 아가씨이며 그 주인공은 마르그리트로 항상 동백꽃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실제 인물인 마르그리트는 어린 시절부터 라틴어로 시를 쓸 수 있었으며 이탈리아와 독일어, 스페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으며 고대 그리스어와 히브리어까지 이해할 수 있었던 지성인으로 철학자들이 추구했던 휴머니즘의 정신에 눈을 뜨고 있었다. 

동백정에 온 사람들은 동백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으며 동백정에 올라가 아직 꽃피지 않은 서해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며 봄을 즐겼다. 마르그리트는 마르틴 루터와 같은 시대의 인물이지만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자생적인 종교 개혁가로, 얀 후스(Jan Hus) 10)와 마찬가지로 시대를 앞선 선각자였다. 

동백꽃이 바로 휴머니즘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지성인이며 휴머니즘을 본질적으로 이해했던 마르그리트는 인간의 본질적인 관계에 관한 것으로 어리석은 신학적인 논쟁이나 우매한 신앙심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하기도 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어 내려가서 서해바다의 풍파를 이기며 이 자리에 오래도록 있었을 암석을 쳐다본다. 암석처럼 곧은 정싱을 가지고 있던 마르그리트는 비록 자신과 전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그들의 견해를 존중하고, 그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적극적으로 그들을 보호했던 사람이다. 

동백꽃과 인문주의적 사고를 가진 사상가였던 마르그리트는 성숙이라는 말이 딱 맞아 보인다. 동백꽃을 보려고 온 마량리에서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의식과 적극적인 참여의식을 가지고 있던 개혁가인 마르그리트가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동백꽃을 보면서 성숙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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