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은 성숙이다.

서천 동백정을 물들인 붉은 꽃

땅에 꽃송이로 뚝 떨어져 있는 동백꽃 두 송이를 손안에 담아 보았다. 꽃을 피우는 나무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가 얼마나 될까. 찾아보면 울주 목도 상록수림: 천연기념물 제65호, 옹진 대청도 동백나무 자생 북한지: 천연기념물 제66호, 강진 백련사 동백나무 숲: 천연기념물 제151호,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 천연기념물 제169호, 고창 선운사 동백나무 숲: 천연기념물 제184호, 거제 학동리 동백나무 숲 및 팔색조 번식지: 천연기념물 제233호, 광양 옥룡사 동백나무 숲: 천연기념물 제489호가 대표적인 천연기념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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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정에 오면 항상 저 섬이 궁금했다. 저 섬으로 가려면 개인적으로 배를 빌려서 가야 하는데 헤엄쳐가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듯하여 여름이 되면 한 번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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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기간이 되면 이곳에서는 보물 찾기와 스탬프 투어를 하면서 무언가를 찾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세한삼우(歲寒三友), 세한지우(歲寒之友)는 한겨울의 적적함을 풀어줄 수 있는 자연속의 나무와 꽃을 의미한다. 세한삼우에 속하는 것은 대나무, 소나무, 매화나무이고 세한지우는 동백나무다. 모두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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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동백꽃은 꽃이 질 때, 꽃잎이 한 장씩 떨어지지 않고 꽃 전체가 한꺼번에 떨어진다. 아름답고 처연한 느낌을 주어서 그런지 몰라도 동백꽃을 병문안 등에 가져가는 일은 금기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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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하면 역사적으로 시대를 앞서 살았던 성숙의 아이콘 세명의 여성이 생각난다. 성숙했으며 당시 지성인이었던 여성 히파티아, 상관완아, 마르그리트 세명이 그 주인공이다. 보기 드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그 재능을 꽃피우면서 진취적으로 인생을 살았던 이들은 기존의 사회와 심각한 마찰을 일으키며 그중 두 사람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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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알렉상드로 뒤마의 소설 춘희의 원래 제목은 동백꽃 아가씨이며 그 주인공은 마르그리트로 항상 동백꽃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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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물인 마르그리트는 어린 시절부터 라틴어로 시를 쓸 수 있었으며 이탈리아와 독일어, 스페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으며 고대 그리스어와 히브리어까지 이해할 수 있었던 지성인으로 철학자들이 추구했던 휴머니즘의 정신에 눈을 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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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정에 온 사람들은 동백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으며 동백정에 올라가 아직 꽃피지 않은 서해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며 봄을 즐겼다. 마르그리트는 마르틴 루터와 같은 시대의 인물이지만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자생적인 종교 개혁가로, 얀 후스(Jan Hus) 10)와 마찬가지로 시대를 앞선 선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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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이 바로 휴머니즘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지성인이며 휴머니즘을 본질적으로 이해했던 마르그리트는 인간의 본질적인 관계에 관한 것으로 어리석은 신학적인 논쟁이나 우매한 신앙심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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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어 내려가서 서해바다의 풍파를 이기며 이 자리에 오래도록 있었을 암석을 쳐다본다. 암석처럼 곧은 정싱을 가지고 있던 마르그리트는 비록 자신과 전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그들의 견해를 존중하고, 그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적극적으로 그들을 보호했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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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과 인문주의적 사고를 가진 사상가였던 마르그리트는 성숙이라는 말이 딱 맞아 보인다. 동백꽃을 보려고 온 마량리에서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의식과 적극적인 참여의식을 가지고 있던 개혁가인 마르그리트가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동백꽃을 보면서 성숙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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