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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8. 2019

음식과 일광욕

칼국수 먹고 삼거리공원 봄기운 만끽

밀가루로 된 음식을 자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이라면 한 번씩은 먹으러 다녀본다. 밖으로 나갈 때면 우선 무엇을 먹을 것이냐를 고민하고 그다음에 어딜 갈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칼국수는 크게 육수와 그 안에 넣는 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맛이 상당히 달라진다. 따뜻한 칼국수는 겨울에 먹어야 할 것 같지만 여름에 먹는 것이 좋다.  밀은 성질이 차가운 곡식으로 번열(煩熱), 그러니까 가슴이 답답하고 괴로운 신열, 무더위 때문에 생기는 열기를 없애준다고 했다. 

반죽을 눌러 천 가락을 뽑는 것은 메밀국수를 뽑는 방식이고, 칼로 썰어 만 가락을 만들었다는 것은 바로 칼국수다. 밀은 또 가을에 심고 겨울에 자라서 봄에 이삭이 패고 여름에 추수를 하는 곡물이므로 밀가루 음식은 갓 추수한 여름이 제일 맛있다. 매운 음식은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 정신적인 통증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체네 통증을 느끼는 세포를 자극해서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게 하기 때문이다. 

천안 삼거리 공원은 천안 12경 중 제일 첫 번째인 제1경 천안삼거리로 옛 삼남대로의 분기점이며 만남과 어울림의 현장이다. 모든 곳에 초록으로 무언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라도 고부 땅에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올라가던 박현수가 주막에서 하루를 묵었을 대 능소라는 어여쁜 기생을 만나 하룻밤 백년가약을 맺었는데 그래서 버드나무가 더 이곳에 어울리는 나무인 듯하다. 

건강한 육신을 위한 예방주사로 일광욕만 한 것이 없다고 한다. 일광욕을 하면 몸 구석구석 혈액이 왕성히 돌아서 뭉친 근육이 잘 풀리고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차올라서 우울감이 쉽게 사라질 수가 있다고 한다. 

몸도 마음도 심하게 지쳐서 걸을 힘조차 없다면 아무 벤치에 앉아서 따뜻한 햇살에 몸을 의탁해본다. 해를 바라보면 해바라기가 된다.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건강 비타민이라는 비타민D는 해바라기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여성은 평소에 일광욕을 피한다 하더라도 생리를 하기 전에는 일광욕을 해두는 것이 감정조절이나 몸에도 좋다고 한다. 

물에 희미하게 비친 것이 아니지만 저 아래에는 또 하나의 삼거리 공원의 풍경이 펼쳐진다. 

고마움을 표현할 때는 에둘러서 애매하게 말하기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친밀함이 클수록 행복한 감정은 그만큼의 크기로 부풀어 오른다고 한다. 비관하기보다 낙관하고, 비난하기보다는 감사하자.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태양빛을 내려주고 오래간만에 왔는데도 삼거리 공원의 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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