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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8. 2019

천호지의 봄

행복의 지도가 있을까. 

어디를 갈 때면 사람들은 지도를 바라본다. 지도를 보지 않고 갈 수도 있지만 지도를 보면 시간을 조금 단축시켜주고 시행착오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사물의 미(美)나 본질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회화(繪畫)와 지도는 거리가 있다. 지금은  GIS와 정보 통신 기술의 통합으로 새로운 다매체 융합 지도의 형태이다. 특별한 용도가 아닌 이상 지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이 된다. 그렇지만 행복의 지도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나도 똑같은 지도가 없지만 통계에서는 그 척도를 매기려고 한다. 

요즘 날씨가 상당히 더워져서 외투는 없어도 될 정도다. 즉 봄을 빠르게 지나가고 있으며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양의 경우 기원전 5세기부터 그리스의 학자들은 지구는 둥글다고 생각하였다.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은 기하학적으로 구체(球體)가 가장 완벽한 형태라고 지구를 생각했다. 

위에서 내려오는 길에 보기도 하고 아래에서 올라가는 길에 만나는 천호지는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차갑게만 느껴졌던 지난해 우리는 먹고사는 것에 대해 고민을 했다. 민주주의가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곳이 민주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즉 불행하고 빡빡하다고 느낄수록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누군가 저 섬과 같은 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보통 언론계에서는 행복한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을 전하는 데에 집중을 한다. 그나마 긍정적인 소식이란 벚꽃의 개화시기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축제장 소식을 전하면서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는 정도에 그친다. 

스위스인은 시기심이 커다란 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기심을 만드는 대화나 주제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돈 예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돈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을 생각을 잠시 느껴보기도 한다. 

그냥 이렇게 봄이 온 천호지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은 것이 아닐까. 스위스인들은 엄청나게 높은 곳과 상당히 낮은 곳을 끊임없이 오가는 것보다는 중간쯤에 사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경이롭다던가 대단하다는 표현보다는 'cest pas mal'을 주로 사용한다. 한국식 표현으로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필자 역시 무언가를 물어보면 Not Bad라고 자주 대답한다. 

저곳은 섬이 아니지만 섬처럼 보인다. 그리고 배를 타고 한 번쯤은 가고 싶은 생각도 든다. 봄에만 만들어지는 섬인 셈이다. 천호지는 웰빙 마라톤 코스 주변에는 봄에 개나리, 벚꽃, 매화꽃이 피어 있어 경관이 아름답고 호수에 잠겨있는 나무들과 함께 찾아오는 철새들의 휴식처로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곳이다. 

조금 걸었더니 몸에서 열이 나는 것만 같다. 며칠 전에 과도하게 몸을 사용하는 운동을 했더니 몸이 내 몸 같지가 않다. 그냥 걸으라고 해서 발이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버스커 버스커의 '꽃송이가'에 나오는 ‘단대 호수’가 천호지인데 처음 등장한 해가 2012년이었다. 

천호지는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에 위치해 있으며 31만 8천964m 2의 부지에 총 95억 원을 투입해 2.3km 구간의 러닝코스를 중심으로 현수교, 아치교, 체육시설 등이 자리하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나와 누군가는 그저 개별적인 존재에 불과하다. 연인이 된다는 것은 남들과 다를 게 없었던 사람이 유별나게도 다른 의미를 지닌 존재로 거듭나는 일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의 유일한 존재가 되는 일은 생이 얼마나 찬란할 수 있는지를 깨닫는 몇 안 되는 경험 중 하나다. 작은 생명이라도 탄생의 순간은 역시 그런 경험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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