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하동의 팽나무 쉼터

우리는 짧은 인생을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인생을 단축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 말은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유용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쉼도 상당히 중요하다. 운전을 하다 보면 쉼터나 휴게소가 유용하게 필요할 때가 있다. 하동의 국도변을 가다 보면 정말 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쉼터들이 있어서 한번 둘러볼만하다. 이번에는 하동의 팽나무 쉼터를 들러 주변을 돌아보았다.

IMG_6254_resize.JPG

똑같은 강가라고 하더라도 하동의 섬진강은 다른 쉼을 제공해준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가기만 했는데 지금은 멈춰서 비로소 바라보기 시작해본다. 주변에 팽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이곳은 팽나무 쉼터라고 명명된 곳이다.

IMG_6261_resize.JPG

"바쁘게 산 사람이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오래 살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는 그저 존재했을 뿐이다. 마치 폭풍우를 만나 같은 바다를 배처럼 오랫동안 농락당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이런 사람에게 노화는 갑자기 찾아와 그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 세네카

IMG_6263_resize.JPG

그냥 바쁘기만 한 것은 삶을 주체적으로 산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냥 존재했을 뿐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악보를 보고 연주할 때 가장 힘든 것이 쉼표를 지키는 일이라고 한다. 쉼터는 쳇바퀴 돌 듯 바쁘게만 돌아가는 목마른 대지 위에서 잠시나마 세상과의 불협화음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정을 찾기를 바라는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IMG_6266_resize.JPG

섬진강의 강가를 걸어볼 수 있게 옆으로 돌로 된 산책길을 조성해두었다. 쉬는 동안에 계속 이어지는 다음을 준비하는 여력을 마련하기 위해 존재하는 쉼표는 앞만 보고 세상을 향해 달려 나가는 우리에게 멈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도약을 위한 잠시의 휴식이다.

IMG_6269_resize.JPG

섬진강을 바라보며 수백 년의 세월을 보낸 팽나무가 있는 이곳은 섬진강 유역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팽나무는 산기슭이나 하천가에 나는 낙엽 교목으로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같은 종중에서 가장 큰 나무이다.

IMG_6274_resize.JPG

하동같이 남부지방에서는 팽나무를 포구나무라고 부른다. 곰솔과 함께 짠물과 갯바람을 버틸 수 있는 나무로 유명하여 배가 들락거리는 갯마을, 포구(浦口)에는 어김없이 팽나무 한두 그루가 서 있다. 팽나무는 느티나무나 은행나무만큼이나 오래 산다. 천 년을 넘긴 나무도 있다. 봄에 일제히 잎이 피거나 윗부분부터 싹이 트면 풍년이며, 그 반대일 때는 흉년이라는 등 기상목(氣象木)의 역할을 하는 것이 팽나무다. 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렸다는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동경의 니혼바시(日本橋)를 기점으로 1리(4킬로미터)마다 일리총(一里塚)을 만들라고 지시했는데 길손이 거리를 알 수 있게 하고, 잠시 쉬어 가는 휴게시설로 심은 나무가 팽나무다.


인생은 자신이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짧아지기도 하고 길어지기도 한다.

이전 10화하동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