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의 팽나무 쉼터
우리는 짧은 인생을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인생을 단축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 말은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유용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쉼도 상당히 중요하다. 운전을 하다 보면 쉼터나 휴게소가 유용하게 필요할 때가 있다. 하동의 국도변을 가다 보면 정말 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쉼터들이 있어서 한번 둘러볼만하다. 이번에는 하동의 팽나무 쉼터를 들러 주변을 돌아보았다.
똑같은 강가라고 하더라도 하동의 섬진강은 다른 쉼을 제공해준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가기만 했는데 지금은 멈춰서 비로소 바라보기 시작해본다. 주변에 팽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이곳은 팽나무 쉼터라고 명명된 곳이다.
"바쁘게 산 사람이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오래 살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는 그저 존재했을 뿐이다. 마치 폭풍우를 만나 같은 바다를 배처럼 오랫동안 농락당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이런 사람에게 노화는 갑자기 찾아와 그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 세네카
그냥 바쁘기만 한 것은 삶을 주체적으로 산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냥 존재했을 뿐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악보를 보고 연주할 때 가장 힘든 것이 쉼표를 지키는 일이라고 한다. 쉼터는 쳇바퀴 돌 듯 바쁘게만 돌아가는 목마른 대지 위에서 잠시나마 세상과의 불협화음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정을 찾기를 바라는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섬진강의 강가를 걸어볼 수 있게 옆으로 돌로 된 산책길을 조성해두었다. 쉬는 동안에 계속 이어지는 다음을 준비하는 여력을 마련하기 위해 존재하는 쉼표는 앞만 보고 세상을 향해 달려 나가는 우리에게 멈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도약을 위한 잠시의 휴식이다.
섬진강을 바라보며 수백 년의 세월을 보낸 팽나무가 있는 이곳은 섬진강 유역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팽나무는 산기슭이나 하천가에 나는 낙엽 교목으로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같은 종중에서 가장 큰 나무이다.
하동같이 남부지방에서는 팽나무를 포구나무라고 부른다. 곰솔과 함께 짠물과 갯바람을 버틸 수 있는 나무로 유명하여 배가 들락거리는 갯마을, 포구(浦口)에는 어김없이 팽나무 한두 그루가 서 있다. 팽나무는 느티나무나 은행나무만큼이나 오래 산다. 천 년을 넘긴 나무도 있다. 봄에 일제히 잎이 피거나 윗부분부터 싹이 트면 풍년이며, 그 반대일 때는 흉년이라는 등 기상목(氣象木)의 역할을 하는 것이 팽나무다. 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렸다는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동경의 니혼바시(日本橋)를 기점으로 1리(4킬로미터)마다 일리총(一里塚)을 만들라고 지시했는데 길손이 거리를 알 수 있게 하고, 잠시 쉬어 가는 휴게시설로 심은 나무가 팽나무다.
인생은 자신이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짧아지기도 하고 길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