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Apr 06. 2019

빠른 인생

2019년의 봄이 빠르게 지나가요. 

오래간만에 다시 대전 남선공원에도 봄이 왔다. 지인과 고기를 먹으면서 벌써 4월 첫 주가 지나갔다는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지만 그러하기에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 다른 이야기로 풀어보면 우주에 닿는 것은 기술적으로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머무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인생 역시 어느 단계에 오르기까지 어렵지는 않지만 그 레벨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지구 저궤도의 중력은 지표의 중력과 거의 비슷하다. 우주에 띄워놓은 우주정거장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기권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면 정말 빠르게 옆으로 움직여야 한다. 

봄꽃이 만개하기 시작할 때 다시 남선공원을 찾은 이유는 나름대로 할당한 걷기 운동량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봄꽃이 만개한 남선공원의 풍광은 생각보다 반갑기도 하고 눈이 즐겁기도 했다. 건강해 보이는 몸의 체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운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치 지구 궤도에 머무르기 위해 초속 8km로 움직이는 우주정거장과 비슷하지 않을까. 

벚꽃이 흰 눈처럼 흩뿌려져 내려오고 있고 봄꽃이 만개한 순간 이곳에는 짙은 녹색의 푸르름이 함께 하고 있다. 아까 언급했던 초속 8km의 속도를 체감할 수 있도록 설명하면 국제기준 축구장에서 권총으로 총을 쏘면 9m쯤 가기 전에 우주정거장은 경기장 끝에 가 있는 속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늘따라 유난히 남선공원의 색감이 참 그림처럼 느껴졌다. 다른 곳을 많이 다니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았는데 오늘은 익숙한 남선공원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필자만 느꼈는지는 모르지만 이 곳은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마을을 보는 느낌이다. 호빗이란 종족의 단어는 로한 사람들의 말로 "굴 파는 사람들"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홀뷔틀란(Holbytlan)"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 호빗은 주로 "반인족", 또는 요정들에 의해서는 "페리 안나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저곳을 올라가면 고려 명종 때 신분제의 타파를 목적으로 충청도 지역에서 일어난 망이 망소이의 난을 기념하는 기념탑이 있다.  망이·망소이의 난은 특수행정구역인 소(所)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일반 농민반란과 다르다.  향·소·부곡민(鄕所部曲民)의 신분해방운동과 농민반란의 두 가지 성격이 결합된 것이었다.

시간이 참 빨리 가지만 그건 항상 그 수준에서 머물러 있으려는 모든 존재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 보면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2019년의 봄은 참 빨리 지나가지만 아직도 벚꽃이 만개하지 않은 날들이 남아 있다. 어떤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보다 그 수준을 유지하는 에너지의 비율이 1:9 정도라고 한다. 속도를 1km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전체 무게를 1.4배 정도 늘려야 한다. 계산해보면 초속 8km를 만들기 위해서는 1.4를 8번 하면 원래 우주선 무게의 15배라는 계산이 나온다. 남들보다 나아지기 위한 인생의 노력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독도 새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