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을 그리다.
교수 :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주말 잘보내고 다음주 이 시간까지 신라문화와 백제문화에 대한 비교 리포트를 제출하도록 해.
학생들 : 교수님 ~~ 이번주에 축제도 있고 다음주까지는 무리에요.
교수 : 양은 상관이 없어. A4 한 장으로도 내도 내용에 충실하다면 좋은 점수를 줄꺼야.
학생들 : 에이 ~ 그런게 어디있어요.
교수 : 아무튼 저녁들 맛있게 먹고 다음주에 봅시다.
똑똑..진수와 수영은 교수 연구실의 문을 두드린다.
교수 : 예 들어오세요.
진수 : 안녕하세요. 오늘도 찾아왔습니다.
교수 : 오늘은 손님이 한 명 더 늘었네.
수영 : 안녕하세요. 저도 오늘 말씀하신 리포트에 도움이 될까 해서 같이 왔어요. 원래 한 장으로 내는 것이 더 어렵잖아요.
교수 : 흠..좋아. 어차피 더 많은 노력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탓할 것이 없지.
진수 :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실건가요?
교수 : 진수와 수영 둘다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경주의 안압지에 가본 기억이 나나?
진수.수영 : 예 기억 나요. 경주는 필수 코스잖아요. 애들 얼굴에 그림도 그리고 아이들과 몰래 나가기도 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ㅎㅎ
교수 : 그렇다면 부여의 궁남지에 가본 기억은 있어?
진수 : 예 저는 가본적이 있어요.
수영 : 저는 아직 가보지 못했어요. 그리고 궁남지가 어디있는지도 잘 몰라요.
교수 : 안압지와 궁남지는 각각 신라와 백제 두 왕실을 대표하는 연못으로 신라의 안압지에 비해 궁남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어. 굳이 표현하자면 안압지는 화려하고 당당함의 색깔을 지녔고 궁남지는 수수하면서 단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할라나. 게다가 궁원지로서 가장 오래된 곳은 안압지가 아닌 궁남지야.
진수 : 저도 안압지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화려하게 덧칠된 공원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에 반해 궁남지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이끌면서 보이는 연꽃의 향연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교수 : 통일신라 시대 이후로 경주는 부여와 달리 역사의 정통성을 가지고 지금까지 내려왔어. 부여는 그냥 패망한 국가의 수도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니었던 거야. 당연히 부여의 남쪽에 위치한 궁남지가 홀대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 있어. 근래 와서야 주목받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야. 그리고 매년 여름에 하는 연꽃 축제도 나름 사람들의 호응도 좋은편이고. 최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선정이 되어서 사람들이 더 찾아가겠지.
수영 : 저는 그냥 부여는 시골이라는 생각뿐이 안해봤거든요. 그러고보니 한 나라의 수도였는데 너무 몰랐다는 생각도 드네요.
진수 : 그럼 궁남지는 언제쯤 만들어진 거죠?
교수 : 삼국사기에 의하면 백제 무왕이 20여리나 되는 긴 수로를 통해 물을 끌어들였고 연못 가운데에는 방장선산을 상징하는 섬을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어. 이곳에서는 백제 토기와 기와등이 출토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궁남지를 만든 왕은 백제 무왕으로 드라마 서동요로 많이 알려져 있지.
수영 : 저도 드라마로 본 것 같아요. 선화공주와 백제 무왕과의 사랑..
교수 : 궁남지의 옛 이름은 마래방죽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변에 마밭이 많아서 그렇다는 것이야. 궁남지를 자랑스러워해도 될 것이 궁남지의 조경은 바로 일본 조경의 시초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야. 일본의 역사서인 일본서기에 그렇다고 적혀져 있는 것을 보면 백제의 문화의 상당 부분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 맞을 듯 해.
진수 : 일본의 조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그 디테일이 백제에서 시작되었나 보네요. 건축을 공부하다보면 조경을 빼놓을 수가 없거든요.
교수 : 실제 일본인들의 생활주택의 정원과 조경에 배치하는 석물로 불교 문화의 석탑과 석등을 소중히 여긴 덕분에 일제시대에 적지 않은 백제 유물이 일본땅으로 반출되었어.
수영 : 일본놈들은 진짜 나쁜것 같아요. 지금은 독도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구요.
교수 : 과거나 지금이나 힘이 있는 나라에서 주장하는 것이 진실처럼 여겨지는 것은 바뀌지 않았어. 조금 더 주도면밀하게 일본의 외교정책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지. 일희일비는 바람직하지 않아. 지금도 진수와 수영이처럼 역사를 듣겠다고 오는 것이 시작이야.
수영 :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가 있어서 그런지 궁남지가 더 애뜻한 느낌이 들어요.
교수 : 진실이야 어떻든 간에 누군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래를 만들어 퍼트렸다는 것은 무언가 따뜻한 느낌이 부여되지. 사구체 향가(四句體鄕歌)의 형식으로 만들어진 서동요는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사처럼 "내거인듯 내거 아닌 내가같은 너"를 연상케하는데 적나라한 듯 하지만 여운을 남기며 결정적인 것은 감추는 것으로 승화를 한거지
서동요 (薯童謠)
“선화공주님은(善花公主主隱) 남몰래 사귀어 두고(他密只嫁良置古) 서동방을(薯童房乙) 밤에 뭘 안고 가다(夜矣 夗[卯]乙抱遣去如).”
진수 : 교수님이 말했던 그 노래 저도 노래방에서 많이 불러봤는데요. 옛날에도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래로 고백하는 것은 똑같네요. 사람 사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네요.
교수 :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랑의 힘은 위대한 법이야. 서동과 선화공주의 결혼은 신라와 백제의 정략결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무왕은 결혼후 부강한 백제의 꿈을 꾸게 되면서 신라를 압박해 들어갔었어.
수영 : 그럼 부마국을 공격한 것이나 다름이 없네요?
교수 : 국가와 국가와의 관계에서 부마국이라는 것이 큰 의미를 둘 수는 없어. 자국의 백성의 삶이 더 중요한 것이지 그리고 국왕이라면 당연이 그래야 하고. 그건 그렇고 둘 다 우여회는 먹어본 적이 있어?
진수 : 갑자기 우여회는 왜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요.
수영 : 저도 없어요.
교수 : 뜬금없기는 한데 우여회를 언급한 것은 궁남지에 가면 황포 돛배가 있는데 그걸 이야기 해주려 하다보니 말한거야. 조금씩 쇠퇴하기는 했지만 강경은 예로부터 바닷물이 들어오는 포구였거든. 완전히 바닷물이 끊긴 것은 금강하구둑이 완공되고 부터야. 부여에 백제가 위치해 있던 그 당시에도 중요한 운송 수단이 바로 황포돛배였고 지금은 항구에서 거래하지만 예전에는 포구에서 거래했으니까.
진수 : 아하..그래서 강경에 우여회가 유명했던 것이다. 그걸 말씀하시고 싶은거군요. 황포는 바로 황톳물과 관련이 있는 것이겠네요.
교수 : 바로 봤어. 돛대에 늘어진 기폭은 바로 황토로 물들인다음 잘 말려서 사용했었어. 어업에 많이 사용된 황포돛배는 보통 0.4 ~ 0.5ton정도의 작은배로 몸통은 스기나무(삼나무)로 만들고 노는 쪽나무로 만들었었지. 삼나무는 들어봤지?
수영 : 아 스기나무가 삼나무인가요?
교수 : 그렇지. 삼나무를 정말 사랑하는 나라는 일본으로 일본에서 흔한 나무이기도 하지만 곧게 뻗어 올라가는 삼나무는 무려 40미터나 자라며 지름이 두 세 아름이나 되는 거목이 되거든. 제주도의 산림 연구소에 가보면 연구차원에서 적지 않은 수의 삼나무를 식생해 두었으니 갈일 있으면 한번 구경해봐. 백제와 일본의 왕래가 자주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공주의 무녕왕릉에서 나온 목질유물이나 부여 궁남지의 목간등에서 삼나무로 만든 유물이 나온 적이 있어. 백제가 훨씬 앞선 문화를 가졌다는 것은 사실이고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 같은 말도 안되는 주장은 무시해도 좋아.
진수 : 이야기를 듣다보니 안압지보다 궁남지가 더 정이 가네요. 이번 여름에는 연꽃축제도 가봐야 되겠어요.
교수 : 아무튼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지금 나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신라의 안압지와 궁남지 이야기에서 리포트의 실마리를 찾아보라구.
수영 : 알겠어요. 교수님..재미있는 이야기 잘 들었어요.
진수 : 이전에는 그냥 궁남지에 갔을 때 그냥 연꽃이 많은 백제의 휴양지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좀 다르게 보게 되었습니다. 다음번에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