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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09. 2019

미선향

성불산 자연휴양림에서 나오는 향기

사극 영화 등에서 궁중 연회 장면을 보면 커다란 부채를 가지고 임금이나 왕비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것을 본 기억이 날 것이다. 그것의 이름이 미선(尾扇)으로 대나무를 펴서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물들인 한지를 붙여서 궁궐 등에서 사용을 하는 것이다. 20세기 초 처음 미선나무를 발견하여 이름을 붙일 때, 열매 모양이 이 부채를 닮았다고 하여 미선나무라 부르게 되었다. 물푸레나무과(科)는 비교적 자손이 많은 대종가이지만 미선나무는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자란다. 

괴산군에 자리한 성불산 자연휴양림에는 바로 그 미선나무가 군집을 이룬 곳이 있다. 괴산지역 내 미선나무 자생지 3곳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는데 매년  충북 괴산군 칠성면 미선나무마을 일원에서 제11회 미선나무 꽃 축제가 열린다. 또한 미선나무가 자라는 지역은 충북 괴산과 영동, 전북 부안 등 중남부지방에 한정된다. 

성불산 자연휴양림에는 어린이 동화의 숲이 조성이 되어 있다. 다양한 캐릭터가 있는데 동화 속 이야기를 야외에서 접하면서 그 교훈을 슬며시 읽어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발견된 미선나무는 1924년 미국의 아놀드 식물원에 보내지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1934년에는 영국 큐(Kew) 식물원을 통하여 유럽에도 소개됐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지속적인 준비를 하는 것은 추후 크게 다가온다. 올해는 삼일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하는데 동일한 시기에 진천군 초평면에서 발견한 미선나무를 일본의 나카이 박사가 신종으로 확인한 해가 1919년으로 같다. 즉 미선나무 발표를 한 지 100주년이 되었다. 

이 휴양림에서는 한옥체험도 같이 해볼 수 있다.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래오래 이 자리에서 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잘 관리가 되면 좋겠다. 

지천에 봄꽃이 화사하게 피고 있다. 선나무는 개나리처럼 장주화와 단주화라는 개념의 꽃이 피는데 암수딴그루가 아니며 장주화와 단주화는 암술의 길이에 따라 구분한 개념으로 암술과 수술 모두 성적인 기능을 하고 열매를 맺으므로 암꽃 또는 수꽃으로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다. 

매화, 목련, 생강나무 등 부지런한 봄꽃들의 향연이 거의 끝나갈 때 가느다랗고 엉성해 보이는 작은 갈색의 가지에 잎보다 먼저 꽃망울을 달기 시작한다.  노랑꽃이 아니라 새하얀 꽃이 피며, 개나리와는 달리 크기도 작고 피는 시기도 더 빨라 분명히 개나리와 다르다.  따사로운 햇빛에 묻어 나오는 은은한 향기는 봄 아지랑이로 피어올라 우리의 코끝을 스쳐가는 느낌이 좋다. 

미션향을 봄의 향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충분히 매력 있는 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얀 꽃으로 대표되는 미선나무 외에도 분홍빛을 띤 분홍 미선, 맑고 연한 노란빛의 상아 미선, 빛의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리 나타나는 푸른 미선도 있다고 한다. 미선나무 잎과 열매 등을 삶은 물은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꽃가루 알레르기와 항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퍼져나가는 미션향에 살짝 심취해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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