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Apr 12. 2019

백야의 봄 향기

음성 백야자연휴양림

백야리는 속리산 밑이 되므로 배태·배터 또는 백야가 되면서 붙여지는 지명이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상촌(上村)·중촌(中村)·하촌(下村)·속리(俗離)를 병합하고 백야리라 하여 금왕면에 편입되었다. 백야리에 있기에 백야저수지가 되었고 휴양림의 이름도 백야자연휴양림이다. 백야(白也)에서 백은 말 그대로 희다는 의미다. 야는 의미를 보면 잇닿다로 '흰 것에 잇닿다'라고 볼 수 있다. 

봄을 맞아서 백야리에 자리하고 있는 백야자연휴양림으로 발길을 했다. 개나리가 지천에 피어 있으니 마음이 설렌다. 환자들에게 노란 꽃을 선물하는 것은 빠른 치유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산에서 제일 먼저 피는 꽃은 생강나무 꽃이고, 들에서 제일 먼저 피는 꽃은 유채꽃이며, 울안에서 제일 먼저 피는 꽃은 개나리라 했다. 

과실수에도 꽃이 피기 시작했다. 개나리의 영어 이름은 개나리꽃의 종 모양을 따른 Korean Golden-bell이다. 한국의 특산식물이기 때문이다. 영하 20도 이하에서도 겨울 아기를 하며 35도 이상에서도 잘 견디는 생명력이 으뜸인 식물이다. 

비록 금강산에는 가보지 못하지만 개나리는 금강산, 구월산, 설악산에서는 자생하는 만리화이며 황해도 장수산에서 자생하는 장수만리화가 있다. 

백야자연휴양림에 오면서 이곳까지 올라와본 것은 처음이다. 독특한 유리로 만들어진 온실이다. 온도에 민감한 식물을 키우는 곳이다. 백야 자연휴양림의 데크길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으며 거의 자연휴양림의 마지막에 자리하고 있다. 

이 세상 생명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꼽으라고 한다면 꽃과 인간일 것이다. 

저 온실 안에는 신이 가장 섬세한 손길로 그 형상과 빛깔과 향기를 빚어놓은 꽃이 있다. 개인적으로 꽃차를 좋아하는데 꽃아 를 마시면 신의 숨결을 인간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하나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열매의 모양에 따라 구형이나 계란형인 것은 ‘산치자’, 긴 계란형의 경우는 ‘수치자’로 나뉘는 열매 치자도 있고 지금은 없어져 버린 칠공예의 한 기법으로 황금빛이 나는 황칠을 만들어주는 황칠나무도 있다. 황칠나무는 남부 해안 및 섬 지방에서 자라는 늘 푸른 넓은 잎 큰 나무로 키가 15미터에 이른다. 불과 수백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가장 품질 좋은 황칠 생산의 중심지였지만 조선 후기로 오면서 안타깝게도 관리들의 수탈이 심해지자 백성들이 심기를 꺼려하여 아예 맥이 끊겨 버렸다. 

그대 아니 보았더냐 궁복산 가득한 황금빛 액

맑고 고와 반짝 반짝 빛이 나네

껍질 벗겨 즙을 받기 옻칠 받듯 하네

아름드리나무에서 겨우 한잔 넘칠 정도

상자에 칠을 하면 검붉은 색 없어지나니

잘 익은 치자나무 어찌 이와 견줄소냐······


- 다산 정약용 황칠(黃漆)

이번 백야자연휴양림에서 만난 것은 바로 금칠을 만들어준다는 황칠나무의 색감이 아니었을까. 곳곳에 꽃이 피기 시작하고 어린 순이 올라오면서 한 여름의 짙은 녹음과는 다른 풍광을 만들어내고 있다. 속리산은 산세(山勢)가 웅대하고 꼭대기는 모두 돌봉우리가 하늘에 나란히 솟아서, 옥부용(玉芙蓉)을 바라보는 것 같아 세속에서는 소금강(小金剛)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그 밑에 자리한 것이 백야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과 평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