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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09. 2019

봄과 평화

음성 설성공원에 찾아온 봄과 소녀상 

무엇을 지킨다는 것은 그에 앞서 힘을 가져야 한다. 지킬 수 있는 힘이 없으면서 지켜준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힘은 정의가 아닌 것을 정의처럼 포장할 수 있다. 일본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을 살기 좋게 만들며 깨어 있는 존재로 만들어준다는 포장을 하였다. 그리고 약자들은 소모적으로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Deus lo vult)”며 성전을 선포하고 원정을 떠난 것이 바로 십자군 원정이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자마자 포로로 잡은 수만 명의 이슬람교도와 유대인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무참하게 학살했다(1099년). 

오늘 비가 내려서 전국에 벚꽃이 적지 않게 벚꽃잎을 날리며 봄비와 함께 흰색의 비를 내리고 있었다. 음성군의 설성공원에 심어져 있는 벚꽃은 아직 만개하지 않아서 이번 주 주말이 되면 만개한 벚꽃을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연못과 경호정, 음성군 향토민속자료전시관, 수영장, 게이트볼장, 여성회관, 야외음악당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 설성공원은 봄 여행지로 익숙한 곳이다. 설성공원 내의 경호정은 1934년에 건립되어 연풍정으로 불리다가 근래에 와서 경호정으로 고쳐 부르고 있으며, 음성군 향토문화유적 제9호로 지정되었다. 

일제가 한반도를 강점한 것은 돈과 열강 등의 힘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소녀상이 없었는데 지금은 소녀상이 자리하고 있는 설성공원이다. 지금 영화에서도 나오기도 하는 템플 기사단은 무언가 정직하고 뜻이 있는 조직이라고 포장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리스도와 솔로몬 신전의 가난한 기사들(Order of the Poor Fellow-Soldiers of Christ and of the Temple of Solomon)’로 출발하였지만 템플 기사단은 여러 지원에 의해 단원들은 전사인 동시에 부자였다.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파는 일본에 의해 조선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했지만 돈과 권력을 취하기 위한 지극히 사적인 목적으로 행동한 것이었다. 

위안부에서 일했던 분들을 기리며 만들어진 평화의 소녀상은 사회의 어딘가에 있을 그늘지고 어두운 곳에 있었던 사람들을 기리는 것이다. 잊지 않는 것이 과거의 잘못된 것을 잊지 않고 나아가서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를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힘에 의해 포장되고 잘못 왜곡된 것을 다시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적 계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템플 기사단은 이후 전설이 되었지만 사실 십자군 원정에서 돌아온 이후에 고리대금업을 뺨치는 주판알을 튕기는 금융업자였다. 경호정 앞에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29호인 고려시대 음성 읍내리 삼층석탑과 독립기념비가 있고, 음성군 향토민속자료전시관 옆에는 충청북도 지정 유형문화재 제9호로 지정된 고려시대 음성 오층 모전석탑이 있다. 독립기념비가 자리하고 있는 설성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것은 적합해 보인다. 

봄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지만 지킬 수 있는 힘이 없을 때 어떤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도 있는 곳이다. 힘을 가진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신은 다르며 자신이야 말로 약자를 대표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권력은 무능력할수록, 현장과 멀어질수록 가혹해진다고 한다. 설성공원의 벚꽃과 개나리가 눈을 번쩍 뜨게 하는 것처럼 우리는 주변에 많은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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