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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3. 2019

함흥냉면

질긴 국수 혹은 고구마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맛있다는 냉면집은 참 많이 가본 듯하다. 보통 어떤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을 찾아서 먹는 편이어서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거의 가지를 않는 편이다. 냉면이라고 하면 보통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남부지방으로 가면 진주, 사천, 고성에서는 진주냉면을 많이 먹는다. 대한민국에서는 먹기가 힘들지만 황해도에 가면 해주 냉면이 있다. 어떤 지역을 옛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전라도가 호남, 경상도가 영남으로 통칭하듯이 평양이 중심이 되는 곳은 관서, 함흥이 중심이 되는 곳은 관동이라고 부른다. 

천안의 이 음식점은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모두 내놓는다. 그냥 물냉면, 비빔냉면이라고 보통 부르지만 어떻게 보면 음식재료가 물이 적합하냐 양념이 적합하냐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물과 궁합이 맞는 것은 메밀이고 양념과 궁합이 맞는 것은 고구마 전분이다. 메밀 100%로 만드는 곳이 많지 않지만 어쨌듯 메밀 함량이 높을수록 국수가 톡톡 끊어지면서 쫄깃한 맛이 든다. 반면 고구마나 감자 전분으로 만들면 쫄깃쫄깃하면서 오래도록 쫀득한 맛이 특징이다. 

감자가 유럽에서는 악마의 음식이라고도 불렸는데 그 이유는 캐면 주렁주렁 달려 올라오는 것이 무언가 보기 안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중세 유럽의 하층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준 것은 바로 감자다. 메밀은 비교적 평평한 곳에서 키울 수 있는데 함경도 지방은 그런 지형이 아니어서 주로 감자를 많이 재배했다. 그래서 쫄깃한 면발의 함흥냉면이 탄생한 것이다. 남미인 페루와 볼리비아에서 나는 감자가 유럽으로 전해진 것이 1570년대 신항로 개척으로 에스파냐에 의해 유럽에 들어가게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악마의 작물이라는 소리도 들었으나 프랑스에서는 대혁명을 기점으로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감자튀김을 만들어 먹는다.


프랑스에서 주로 해서 먹었기에 French Fries라고 오늘에도 불리고 있다. 한반도에는 1824년과 1825년인 순조 갑신년과 을유년 사이에 만주의 심마니들이 두만강을 넘어 함경도 땅에 감자를 심기 시작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는 함흥냉면이 자리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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