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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2. 2019

봄길

창원 주남저수지의 색감

길을 걸으면 잔잔한 바람이나 세찬 바람 혹은 따뜻한 바람을 만나게 된다. 보통 봄길을 걸으면 따뜻한 바람과 함께하게 된다. 에어컨의 가스가 빠져나가서 무척이나 더운 차 안에서 힘들게 있다가 나오니 살 것만 같았다. 창원의 주남저수지를 돌아보고 다시 올라와 에어컨 가스를 다시 채워 넣었다. 매년 한 달씩 여름이 당겨지는 느낌이다. 지난해 4월에는 이렇게 덥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곳에 와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어떤 중년의 남자분이 혼잣말처럼 말을 걸어온다. 필자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대꾸를 안 했는데 나중에 일본인이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물음에 나의 대답은 '설마요'라는 말이었다. 옆에 같이 오신 여성분이 갑자기 웃기 시작한다. 

주남저수지의 색감이 참 좋다. 녹색과 노란색의 대비가 봄길이라는 느낌을 제대로 받게 해 준다. 옷깃을 잔뜩 오그라들게 만드는 매서운 겨울의 칼바람과 달리 봄길의 봄바람은 볼을 간지럽히는 기분 좋은 바람이다. 바람은 이기려고 하는 것보다는 그냥 유연하게 비켜가는 것이 가장 좋다. 인생이 그렇듯이 말이다. 

유채꽃 군락지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주남저수지에는 유채꽃이 정말 많이 피어 있다. 어린순은 식용으로 쓰고 씨를 이용해 기름을 짜기도 하는데 유럽에서는 유채꽃을 이용한 대체 경유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는 중국 명나라 시대, 어린잎과 줄기를 먹기 위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 지중해 원산이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 분포하며 봄이면 들판을 물들이는 노란색의 시베리안 케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남저수지는 다양한 생태가 보전되고 있는 곳이며 겨울에는 철새들이 와서 쉬어가는 곳이다. 멀리 끝이 안보 일정도로 갈대와 유채꽃의 물결이 장관인 곳이다. 

구룡산에서 발원하여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주천강의 상류에 만들어진 주남저수지는 경상남도의 곡창을 이루는 동읍 평야와 대산 평야(大山平野)의 광활한 농토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면적이 무려 약 898만㎡에 이르는 관개용 대저수지로서 전국에서도 이름난 배후습지성 호수이다.

친구끼리 온 것 같은 여성분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그런지 사진을 잘 찍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누군가의 사진을 주로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찍어준다. 아주 신경을 많이 쓰지 않고 찍었는데도 역시 다르다는 말을 듣는다. 다음부터는 구도 등에 조금 더 정성을 들여야 하나.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이 길도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그곳에서도 다시 길이 시작이 된다. 사람들 중에서는 누군가가 만든 길을 따라가는 사람이 있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서 누군가가 오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주목할만한 무언가가 되어 한 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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