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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길

창원 주남저수지의 색감

길을 걸으면 잔잔한 바람이나 세찬 바람 혹은 따뜻한 바람을 만나게 된다. 보통 봄길을 걸으면 따뜻한 바람과 함께하게 된다. 에어컨의 가스가 빠져나가서 무척이나 더운 차 안에서 힘들게 있다가 나오니 살 것만 같았다. 창원의 주남저수지를 돌아보고 다시 올라와 에어컨 가스를 다시 채워 넣었다. 매년 한 달씩 여름이 당겨지는 느낌이다. 지난해 4월에는 이렇게 덥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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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와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어떤 중년의 남자분이 혼잣말처럼 말을 걸어온다. 필자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대꾸를 안 했는데 나중에 일본인이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물음에 나의 대답은 '설마요'라는 말이었다. 옆에 같이 오신 여성분이 갑자기 웃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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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의 색감이 참 좋다. 녹색과 노란색의 대비가 봄길이라는 느낌을 제대로 받게 해 준다. 옷깃을 잔뜩 오그라들게 만드는 매서운 겨울의 칼바람과 달리 봄길의 봄바람은 볼을 간지럽히는 기분 좋은 바람이다. 바람은 이기려고 하는 것보다는 그냥 유연하게 비켜가는 것이 가장 좋다. 인생이 그렇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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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 군락지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주남저수지에는 유채꽃이 정말 많이 피어 있다. 어린순은 식용으로 쓰고 씨를 이용해 기름을 짜기도 하는데 유럽에서는 유채꽃을 이용한 대체 경유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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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중국 명나라 시대, 어린잎과 줄기를 먹기 위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 지중해 원산이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 분포하며 봄이면 들판을 물들이는 노란색의 시베리안 케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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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는 다양한 생태가 보전되고 있는 곳이며 겨울에는 철새들이 와서 쉬어가는 곳이다. 멀리 끝이 안보 일정도로 갈대와 유채꽃의 물결이 장관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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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산에서 발원하여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주천강의 상류에 만들어진 주남저수지는 경상남도의 곡창을 이루는 동읍 평야와 대산 평야(大山平野)의 광활한 농토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면적이 무려 약 898만㎡에 이르는 관개용 대저수지로서 전국에서도 이름난 배후습지성 호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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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 온 것 같은 여성분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그런지 사진을 잘 찍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누군가의 사진을 주로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찍어준다. 아주 신경을 많이 쓰지 않고 찍었는데도 역시 다르다는 말을 듣는다. 다음부터는 구도 등에 조금 더 정성을 들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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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이 길도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그곳에서도 다시 길이 시작이 된다. 사람들 중에서는 누군가가 만든 길을 따라가는 사람이 있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서 누군가가 오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주목할만한 무언가가 되어 한 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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