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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4. 2019

나에게서 나아간다.

명재 윤증고택의 덕

다른 사람을 변화하면서 나아갈 수 있는 힘은 자신의 마음을 세우고 독서와 실천을 통해서야 비로소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다. 본연의 격을 갖추기 위해 명재 윤증은  독서를 통해 옛 성현의 가르침을 받고 매사에 독서한 내용을 상기하고 때에 맞게 실천해야 깨닫는 것이 있으며, 나날이 깨닫는 것이 쌓이면 자연스레 이치를 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덕을 베풀어야 한다고 하였다. 덕이란 홀로 존재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어질 때 비로소 덕이라고 부를 수 있다.  따라서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무리를 이루게 되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덕은 외롭지 않으니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必有隣)’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당대 대학자였던 우암 송시열과 반대편에 서서 서인 소장파 소론을 이끌었던 윤증은 1663년(현종 4)에 천거되어 내시교관, 공조랑, 지평 등에 제수되었으나 모두 사양했다. 숙종 대에도 호조 참의, 대사헌, 우참찬, 좌찬성, 우의정, 판돈녕부사 등에 임명되었으나 모두 사퇴하고 학문에 전념했지만 중요한 문제가 생겼을 때는 상소를 올려 소견을 피력하면서 지식인이자 유학자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 

아버지였던 윤선거는 병자호란이 일어났을 때 자신은 강화도에서 탈출했지만 어머니는 자결했다. 아들인 윤증의 입장에서는 불행한 가정사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윤선거는 살아남은 죄책감으로 관직에 오르지 않고 평생 고향에 은둔해 학문을 닦았는데 아들 윤증 역시 그 아픔에 통한을 새기면서 일평생 관직에 나가지 않고 학문에 전념했다. 

마실 나가듯이 가끔씩 오는 곳이 바로 논산의 윤증고택이다. 당대 유학자였던 윤증의 아버지 윤선거는 자괴감에 시달리면서 출사도 포기하고, 재혼도 하지 않았지만 학문은 지속하였다. 그러던 중 젊은 학자였던 윤휴의 학문적인 생각을 가지고 크게 틀어지게 된다. 실리를 추구하던 윤선거는 젊은 학자가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다고 옹호했지만 송시열은 윤휴의 생각 자체를 인정하지 못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아버지와 스승인 송시열의 사이에서 도리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윤선거의 사후에 문제가 발생한다. 송시열이 사문난적이라고 비난한 윤휴가 제문을 보냈는데 덕을 추구했던 윤증은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 이에 송시열은 폭발한다.  “윤휴와 허목 등은 본시 사류이므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너무 내치지 말고 차차 등용해 쓰는 것이 인심을 얻는 일이다.”라는 아버지 윤선거의 의견을 사후에 편지로 보낸 것이 더 격분하게 한 것이었다. 

스승이기에 최대한 예를 다하고 때론 울면서까지 애원하면서 비문을 고쳐 써줄 것을 간청했지만 우암 송시열은 오히려 아버지인 윤선거를 빗대어 이런 시를 읊는다.


수치를 모르고서 말꼴을 먹고는(甘心莝荳不知羞)
뻔뻔스레 다시 와서 호탕하게 노니누나(靦面重來躡儁遊).
청류를 향해 옷소매 빨지 마소(莫向淸流涴衣袂).
때 묻은 옷소매에 청류 더럽혀질까 두렵소(却恐衣袂涴淸流).《송자대전》 부록 권 16, 어록 3

논산을 대표하는 유학자 윤증과 대전 회덕을 대표하던 유학자 송시열은 이렇게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너게 된다. 윤증은 “부친이 죽어야 될 의리는 처음부터 없었고, 부친이 살아남게 된 것은 천명”라고 말하며 사제 간의 의리를 끊는다. 이가 회니시비(懷尼是非)다. 

윤증이 자신에게서 나아가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아마 회니시비 사건이 있었을 때가 아닐까. 누군가에게서 학풍을 배우고 그것을 이어가다가 학파의 영수가 된 것은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개개인이 마음을 바로 세우고 예를 공부하고 이를 실천하여 이치를 안다면 세상 또한 바른 이치로 흘러가기를 원했던 것처럼 꽃이 피는 이치 또한 같다. 명재 윤증은 군자가 해야 할 아홉 가지 중요한 일을 지켰던 사람이었다. 경의를 가지고 남을 섬기며 의심스러운 일이 있으면 진정한 바를 묻지만 분노를 터뜨릴 때는 그렇게 하지 않을 때 생길 해악을 생각하여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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