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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2. 2019

드로잉

이응노 미술관, 드로잉의 기술

이응노 화백의 작품들을 보면 마치 상징을 보는 것과 같다. 글을 그렸으며 그리다 보니 글이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상징체계란 실재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도와 유사하다. 상징체계의 매력은 우리 자신의 본성이 가닝 근본적인 측면과 공명한다. 지난달 5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이응노, 드로잉의 기술전에서는 이응노가 추구해 왔던 작품세계와  14세기까지 다른 미술에 종속되었으나 그 이후 자율적이고 독자적인 장르로 독립한 드로잉을 엿볼 수 있다.

날이 유독 좋은 날 이응노 미술관을 찾아가 보았다. 약수 뜨기 딱 좋은 날이었다. 상징에서 비학 체계는 말 그대로 수행자들이 비밀로 지켜야만 한다고 느끼는 지혜의 체계였다. 서양 신비학의 기원은 서기 1세기에서 3세기로부터 유래된 '헤르메티카'의 텍스트로까지 거슬로 올라갈 수 있다. 

이응노 화백은 유럽과 동아시아의 서체와 회화를 드로잉을 활용하여 작품을 사고의 진행과정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보통은 완성된 작품을 보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전에서는 전초작업이나 밑그림, 즉 미완성의 작품으로 이해되던 드로잉의 개념을 확장하여 보여주었다고 한다. 

 제작방식이 직접적이기 때문에 선의 사용에 따라 제작자의 개성이 즉각적으로 드러나므로 모든 미술 형식 가운데서 가장 개성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드로잉이다. 드로잉에서의 선은 그 자체로서 표현되었다기보다 인체, 색면, 면 분할 등의 경계설정이나 대상의 재현적 표현 수단이기도 하다. 

본 전시에서는 드로잉의 범위에 스케치, 데생, 선묘화, 조각 작품을 위한 에스키르를 포함시켰다고 한다. 이 공간을 가보면 알겠지만 풍경과 소반, 화병 등의 전통기물을 소재로 한 드로잉, 조각을 위한 드로잉, 문자추상과 군산 드로잉 등으로 나누어 전시장을 구분해두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우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된다. 원시 아프리카 문화에서 선사시대의 뼈와 돌에 새겨 넣은 드로잉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응노는 수목과 사인펜, 컬러 볼펜으로 다양한 드로잉을 제작하였는데 특히 한지에 수묵으로 그려진 작품들에 비하여 바탕이 되는 소재와 재료가 다양해 매체의 차이가 작품에 주는 변화를 느껴볼 수 있다. 

이응노 화백이 주로 사용한 드로잉 도구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석필·목탄·철필·초크 등과 펜·연필·붓 등을 많이 사용한다. 접착력이 약한 목탄은 문질러서 희미한 중간톤의 명암과 섬세한 변화를 표현하는 데 좋다.  초크는 다양하게 선의 굵기를 낼 수가 있고 미세한 농담을 내는 데 적합하기 때문에 15세기 때부터 습작과 스케치에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응노는 서체에 추상성을 발견해내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많은 수의 추상회화를 제작했다. 한글과 한자뿐이 아니라 아랍문자 같이 다양한 언어로 조형성을 실현하였다. 드로잉은 창작과정을 담는 산물이다. 


옻칠은 오래된 우리의 고유문화이며 작품으로 활용되었다. 흔하게 보는 소반에 옻칠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많지는 않지만 이응노 화백 역시 전통소반에 문자추상을 드린 드로잉을 시도하였다고 한다. 드로잉에서는 여러 형태의 소반에 가장 윗면을 막아주고 마감하는 판인 천판이나 테두리를 지칭하는 변죽, 또는 천판 아래 다리 사이를 이어주는 운각등 다양한 면에 그림을 그렸다. 

개인 작업실에서 드로잉은 창조적인 연구뿐 아니라 작업 구상과 완성된 작품 사이의 연구와 그 매개의 역할을 해왔다. 드로잉을 주로 활용한 화가로 라파엘로는 부드럽고 뭉툭한 선을 사용하는 반면에 미켈란젤로는 조각적인 강하고 분절적인 선을 사용했다.

세계는 지식의 전통적 구별이 사라져 버릴 때까지, 한 학문이 다른 학문에 정보를 제공해주면서 여러 분야의 종합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드로잉은 완성된 작품으로 가는 길목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독자적으로도 존재하며 때로는 매우 탁월한 작품으로 인정받으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응노미술관

이응노, 드로잉의 기술

2019.4.5 -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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