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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1. 2019

삶을 믿으라

문경 마원 성지에서 느낀 것

항상 인간은 더 위대하고 넓고 충만한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진보해 갈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학자가 있었다. 윌리엄 듀보이스는 흑인 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윌리엄 듀보이스는 20세기의 문제란 곧 인종차별의 문제라고 보았다. 도덕과 이성에 기초해 훌륭한 인생을 사는 것을 말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그에게로 이어졌다. 

이 땅에도 행복하게 살고 깊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천주교가 한반도의 백성들의 마음을 파고든 것은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평등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은 기득권들에게는 좋지 않았다. 

천주교 박해가 시작되면서 전국에는 수많은 희생이 있었던 곳에 성지가 조성되어 있다. 

박해 시절 경상도 북부 지방을 담당하던 깔레 강(1833~1884) 신부는 병인박해 때 백화산을 넘어 문경과 연풍 등지를 다니며 전교에 심혈을 기울였다. 한실 교우촌은 깔레 신부의 사목 중심지이며 마원 성지는 강 신부를 모시고 피신하다 잡혀 30세에 순교한 박상근의 묘가 조성된 장소다. 

듀보이스는 '유일하게 가능한 죽음'이란 인류의 진보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종 사회적 불평등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지칠 줄 모르고 전념했다. 천주교를 전파하려고 온 신부나 신자들은 한국에서 많은 교육기관을 만든 것은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는데 교육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을 본 것이었다. 

안동교구청 산하 성지 16개소 중 마원 성지를 비롯해 7개소가 문경지역에 있다. 

천주교는 종교이며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성서에서 나오는 지식의 나무(Tree of Knowledge)는 인간이 신에게서 최초로 자유의지를 부여한 대상이기도 하다. 과일을 따먹지 않는 것이 선이며 과일을 따먹는 것은 악이었다. 자유의지는 선이나 악을 선택하는 것을 비롯해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유토피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즉 선과 행복만이 가득 찬 세상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세상이라는 의미다. 세상에 악이 존재할지라도 악이 존재하는 세상의 선이 악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선보다 더 위대하다는 것이다. 

충남에는 내포지역이 천주교 신앙자들이 많이 모여 살던 곳이서서 박해가 되었던 성지들이 많지만 경북에는 문경지역에 많이 모여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곳 마원성지도 성지 순례길에서 꼭 찾는 곳이라고 한다. 

필자 역시 자유의지로 이곳 마원성지에 와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신은 우리가 현재를 알고 있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가 어떠한지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즉 우리의 미래 행동에 대해 신이 알고 있다는 것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자유 행동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구돌은 조선시대에 최악의 살인도구였다고 한다. 마원성지에도 조선시대의 그 모습 그대로 형구돌이 자리하고 있다. 죄인들의 사형집행을 쉽게 할 수 있는 사형 도구를 만들도록 하라는 흥선대원군의 명에 따라 형구돌이 만들어졌다. 이 형구돌은 연자방아처럼 크고 둥그런 모양인데, 바위 가운데 구멍이 나 있고 거기에 굵은 밧줄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올가미처럼 된 밧줄을 사람의 목에 걸면 돌 가운데 난 구멍 뒤에서 지렛대를 이용해 죽을 때까지 잡아당겨 질식시키는 무자비한 사형 도구였다. 

천주교 신자에 대한 박해와 사형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다가 1886년 한불조약으로 종교의 자유가 허락되면서 사형 도구였던 형구돌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성지에서  사람들은 그 위에서 순례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과 마주한다. 


문경 마원성지 : 경북 문경시 문경읍 오서길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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