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의 차 시배지
하동은 차 시배지로 유명한 고장이다. 하동녹차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차로 야생차를 비롯하여 오래된 차의 맛도 좋은 곳이다. 이곳에는 차시배지가 있는데 차시배지에서 차밭까지 걷는 길이 바로 천년차 밭길이다. 경남 울주에서 1933년에 태어난 고산 스님은 차를 알리고 칭송하는데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었던 사람이다.
홀로 앉아 차 마심에 만사를 쉬게 하고
둘이서 차 마심에 시간 가는 줄 알지 못하고
셋이서 차 마심에 문수보살의 지혜가 생겨나고
여럿이서 차 마심에 태평성대를 논하도다.
- 고산선사
어느 지역을 가면 유독 아침의 공기가 좋은 곳이 있다. 하동 역시 그런 곳이다. 지금 하동차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하동차의 역사를 시대별로 이해할 수 있는 '어차동산' 비와 '다촌 정상구 시비'가 있으며 일 년 열두 달 관광객들의 쉼터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가 매년 이 부근에서 열리고 있다.
천년도 넘는 시간 전에 이곳에서 차가 처음 재배되기 시작되었다고 한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 사신으로 간 대렴공이 차 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이곳에 처음 심은 곳으로 지방기념물 제61호인 「우리나라 차 시배지」로 지정되었고, 대렴공 차시배 추원비가 세워져 있다.
차 시배지 옆으로 정자로 올라가는 길이 만들어져 있어서 위쪽으로 걸어서 올라가 본다.
번다한 일과 잡념에 차를 마시면
몰록 망령된 생각이 쉬고 마음이 안정되도다
일이 많아 어려움이 많음에 차를 마시면
만사를 모두 쉬고 몸이 안락하리라
- 고산선사
초의선사 다정이라고 정자에 현판이 붙어 있다. 저 멀리 제주까지 가서 추사 김정희가 그해 처음 내린 봄비로 쓴 편지를 받은 벗은 초의선사(草衣禪師)였다. 초의선사 또한 해마다 제일 먼저 나온 찻잎으로 차(茶)를 만들어 추사에게 선물했는데 찻값으로 글씨를 써서 보냈다. 초의선사가 다도의 길에 들어서고 다선삼매(茶禪三昧)의 경지에 이른 데는 다산 정약용의 영향이 컸다.
초의선사는 한국의 다성(茶聖)으로 불립니다. 조선의 다경(茶經)으로 불리는 《동다송(東茶頌)》을 써서 조선 차의 우수성을 알렸고, 다도의 정신과 선(禪)이 하나라는 다선일미설(茶禪一味說)을 강조했다.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는 차로 인해 색다른 인연이 생긴 셈이다. 정조가 승하하고 나서 다산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가게 된다. 그런 그에게 1809년 다산초당으로 스물네 살의 젊은 승려가 학문의 배움을 얻고자 찾아온다. 다산은 그에게 유학뿐 아니라 제다법도 가르친다. 그 젊은 승려가 초의선사다.
쌍계사 차 시배지라고 해서 거창한 곳은 아니다. 다산과 추사가 차로부터 받은 기쁨과 치유를 느끼기 위해서는 홀로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스스로의 내면과 타인, 세상을 관조하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하기에 차마심의 의미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요즘 사람들이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설 줄 모르고, 세상과 사람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것은 차 한잔의 가치를 알지 못함이 아닐까.
신록이 가득한 계절의 봄에 열리는 야생차 문화축제는 가정의 달인 5월에 열린다. 올해로 23회째를 맞는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는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차시배지 화개면·악양면 일원에서 개최된다. 슬로건은 ‘왕의 차! 다향표원(茶香飄遠)! 천년을 넘어 세계에 닿다’인데 정금 차밭에서 신촌차밭을 거쳐 쌍계사 인근 차시배지로 이어지는 2.7㎞ 구간을 걸으며 힐링과 치유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