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동정호 속으로
19세기 수많은 평론가들이 다게레오타이프로 제작된 사진을 꼼꼼하게 검토한 뒤 사진은 예술작품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오랜 시간 예술의 영역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사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야 기계의 미학이 예술과 사진의 세계에 다시 들어섰다. 인간이 눈으로 잡아내지 못하는 것을 카메라는 잡아낸다. 거기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셔터스피드가 빨라지면서 사람의 웃는 모습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렌즈 뚜껑을 열었다가 뚜껑을 닫아 카메라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던 시기에 그 긴 시간을 웃으면서 버티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동 악양면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동정호는 항상 마음의 안식을 얻는 곳이기도 하다. 동정호에는 전승되는 이야기가 있는데 동정호 부근에는 노모(보통 전설에서는 노부가 아닌 노모다)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총각이 있었는데 동정호에서 잡히는 물고기를 잡아서 생활을 했다는 이야기는 예전에 했으니 넘어가 본다.
지금 필자가 보고 있는 동정호의 이 모습은 마치 거울처럼 매끄럽고 반짝반짝 빛나는 은판과 놀랄 만큼 자세한 상으로 대변되는 과거 다게레오타이프를 연상케 한다. 1830년대 후반 프랑스 화가이자 과학자 L.J.M. 다게르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사진 제작 공정에서 은으로 도금해 거울처럼 광택이 나는 동판을 사용했다.
동정호는 사람이 만든 작품이며 그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다양한 볼거리 역시 사람들이 세팅한 것이다. 자연에서 얻은 물건과 인간의 손으로 만든 물건을 신중하게 배치하고 그 모습을 담은 정물은 원래 회화에서 시작되었다.
하동군 악양면이 중국 후난 성[湖南省]에 있는 웨양[岳陽]과 지명이 같은 것에 착안하여 웨양에 있는 둥팅 호[洞庭湖]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와 동정호는 소상팔경[瀟相八景] 중 각각 평사낙안(平沙落雁)과 동정 추월(洞庭秋月)의 배경이다. 동정호는 각종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서 하동군에서는 2009년부터 동정호 일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였다.
앞서 말했던가 악양(岳陽)이라는 지명은 중국의 한 지역의 이름과 같다. 그래서 정자도 악양루라고 명명되어 있다. 악양은 중국 후난 성(湖南省) 북쪽에 있는 항구 도시. 둥팅 호(洞庭湖) 동북쪽 끝에 접하여 있으며, 양쯔강(揚子江)으로 연결된다.
중국의 악양은 웅대한 경관으로 유명하며, 두보의 시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두보는 강릉을 떠나 악양에 머문 적이 있다. 그의 시중 '악양루에 올라'는 천고의 명작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날 들어 보던 동정호 그 물경
오늘 드디어 악양루에 올랐다.
오나라 초나라가 동남으로 갈라지고
천지가 저 안으로 밤낮으로 떠오른다.
친구들 이제는 소식 한 장 없는데
늙고 병든 이 몸은 외로운 배 한 척
전쟁이 관산 북쪽에서 그치지 않으니
난간에 기대어 하염없이 흘리는 눈물
그 규모가 중국의 동정호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이곳 역시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다. 두보는 고독한 그림자와 외로운 배를 광활한 동정호의 한 귀퉁이에 배치하였다. 동정호의 광활함을 노래한 표현에서 상대적으로 두보의 신세가 도리어 이처럼 외롭고 보잘것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두보의 마음이 잘 전달된다. 두보는 험난한 세상에서 풍속을 순박하게 하겠다는 유가적인 정치 이상을 품고 고난에 찬 인생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