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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2. 2019

달마야 놀자

전설에 의해 만들어진 김해 은하사

달마야 놀자라는 영화가 나온 것이 벌써 20년이 가까이 되어간다. 궁지에 몰린 조직폭력배 재규 일당은 피할 곳을 찾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어느 사찰로 숨어들었는데 그 사찰이 바로 이곳 은하사다. 스님들은 이 갑작스러운 불청객 때문에 당황스럽기만 한가운데 무예에 능한 상좌승 청명을 비롯한 스님들은 조폭을 내쫓으려 하지만 노스님은 오히려 이들을 감싸면서 좌충우돌하는 내용이다.

만약 전설이 사실이라면 이 사찰은 무려 2000년이 가까운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사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사찰에서 출토된 토기 파편을 토대로 삼국 시대에 창건된 절인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가락국 시조 수로왕의 왕후인 허황옥 오빠 장유화상이 창건했다는 것이 전설이다.

5월 오늘은 부처님이 오신 날이다. 아침 일찍 찾아본 은하사는 고요한 분위기가 주변을 감싸고 있다. 은하사가 자리한 신어산의 이름은 신의 물고기라는 이름이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을 잠시 살펴보고 싶어 진다. 달마와 놀 수는 없겠지만 동쪽으로 간 까닭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서 제일가는 보물은 여러 가지 법 중에서 부처의 가르침이고, 사람이 지닌 뛰어난 여러 가지 능력 중에서는 지혜가 가장 두드러진다고 한다. 그리고 지혜 중에서는 마음의 지혜가 최상이라고 불교에서는 말하고 있다.

달마의 출생이나 그 이야기는 너무 오래되었기에 다양한 설이 전해지고 있다. 향지국의 왕자라는 이야기도 있고 페르시아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지만 페르시아는 기원전 330년에 망했으므로 연대가 맞지 않는다. 달마대사는 6세기에 살았던 사람이므로 거의 800년 차이가 난다.

천축국에서 중국과 일본, 한국은 모두 동쪽에 있다. 즉 불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전래가 된 것이다. 신라, 백제, 고구려에는 모두 불교가 최초 전래된 곳에 전래지가 있다.

김해에는 여러 사찰이 있는데 그중에 장유사라는 사찰도 있다. 장유사는 우리나라 불교의 남방 전래설을 입증하는 사찰로 48년에 인도 아유타국의 태자이자 승려인 장유화상(長遊和尙)이 가락국 김수로왕의 왕후가 된 누이 허 씨를 따라 이곳으로 와서 최초로 창건한 사찰이라고 알려져 있다.

은하사와 장유사 모두 장유화상의 이야기가 있지만 흥부암 역시 장유화상이 도성의 흉성을 빌기 위해 세운 사찰이다. 김해에는 동물의 형태와 닮은 산들이 많다. 은하사가 자리한 신의 물고기라는 의미의 신어산을 비롯하여  모양이 호랑이 머리와 같다 하여 붙여진 임호산도 있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38호로 지정된 은하사의 대웅전 수미단에는 허황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도 추정되는 쌍어 문양이 있다.  쌍어 문양은 허황옥의 출신지로 기록된 아유타가 인도의 한 왕국이라는 가설에서 종종 인용되기도 한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단층 맞배지붕으로 된 목조 건물로서 다포계 양식(多包系樣式)인데 공포는 내외 삼출목(內外三出目)이며 내부 천장은 격자 천장으로 만들어져 있다.

달마야 놀 자의 대부분을 촬영했다는 은하사는 고구려에 소수림왕 2년인 372년이라 게 학계 정설을 비롯하여 백제는 이보다 12년 뒤인 침류왕 원년(384년), 신라는 눌지왕 41년(457년)에 전래됐다는 것도 삼국유사 기록을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이보다 300여 년 앞선 48년 가야에 불교가 전파됐다는 것도 삼국유사에 나오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태어날 때는 성질이 서로 비슷하지만 태어나서 익힌 것으로 사람은 각자 벌어진다고 한다. 젊다는 것은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바른길로 익혀서 40대와 50대에 이르면 스스로 빛을 발하게 된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이 없다면 인생은 잘 산 것이라고 한다. 오늘 은하사에서의 배움은 과거를 잘 살아냈다는 자신을 만난 것이다.


금관(김해)에 있는 호계사의 파사석탑은 옛날 이 고을이 금관국으로 있을 때, 세조 수로왕의 왕비 허황후 이름 황옥이 동한 건무 24년 갑신에 서역의 아유타국에서 싣고 온 것이다(金官虎溪寺婆娑石塔者 昔此邑爲金官國時 世祖首露王之妃 許皇后名黃玉 以東漢建武二十四年甲申 自西域阿踰陁 國所載來)


삼국유사(三國遺事) - 제3권 제4 탑상(塔像)  - 금관성 파사석탑(金官城婆娑石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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