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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6. 2019

봉황(鳳凰)이 머물다.

서천의 건지산의 봉서사

수컷을 봉(鳳), 암컷을 황(凰)이라고 하여 합쳐진 것이 봉황이다. 상서로운 동물도 암수가 하나가 되어야 그 의미가 되는 법이다. 봉황은 동방 군자의 나라에서 나와서 사해(四海)의 밖을 날아 곤륜산(崑崙山)을 지나 지주(砥柱)의 물을 마시고 약수(弱水)에 깃을 씻고 저녁에 풍혈(風穴)에 잔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천자가 도읍한 장안(長安)을 봉성(鳳城)이라 하였고 궁중의 연못을 봉지(鳳池)라고 불렀다.

국가보물 1751호가 자리하고 있다는 충남 서천 건지산의 봉서사에는 목조아미타래여래삼존좌상이 있다. 17세기 전반기에 추구했던 불상의 대중적 소박함과 조각승 수연이 추구한 중량감 있는 형태미가 있다고 한다. 

건지산에는 요충지로 활용하기 위해 구축한 건지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건지산은 봉황이 알을 품은 형국이라고 한다. 직접 가보면 알겠지만 봉서사는 작고 아담한 사찰이다. 극락전이 있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스님들이 거처하는 요사채가 자리하고 있다. 서방정토에 이르는 듯한 느낌을 부여하는 곳이다. 

건지산의 봉서사의 봉은 봉황의 봉이다. 봉황은 새 중의 으뜸으로서 고귀하고 상서로움을 나타낸다. 그래서 봉황의 문양(文樣)이 건축·공예 등에 두루 쓰이었다.  봉황은 새 중에 으뜸으로 뛰어나게 잘난 사람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봉서사에 와서 수학하고 공부한 사람들은 남다른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었던 것일까. 

봉서사의 중심은 바로 저 앞에 보이는 극락전이다.  속담에 ‘봉 가는 데 황(凰)이 간다.’, ‘봉이 나매 황이 난다.’라는 말은 사랑하는 남녀관계나 천정연분을 의미한다. 즉 격에 맞는 짝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 듯하다. 

세상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인생공부의 끝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는 석북 신광수, 월남 이상재, 석초 신응식이 들어와서 공부했다고 한다. 창건의 역사는 모호한 곳이지만 적어도 봉황이 알을 품은 형국이라는 건지산에 자리한 봉서사는 신비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봉서사의 안마당에 피어 있는 작은 꽃 하나가 그 소박함에 생명력의 기운을 더하고 있다. 

서천이라는 지역은 웅진백제와 사비백제의 군사상 중요한 거점이었으며  백제부흥운동의 거점으로 추정되고 있는 한산의 건지산성, 서천의 남산성, 비인의 불당곡산성, 관적곡산성, 장항의 장암진성 등이 남아 있다. 

봉서사가 자리한 건지산성은 금강 하류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건지산의 정상 부근을 에워싼 말안장 모양의 내성과 그 서북쪽 경사면을 둘러싼 외성의 2중 구조로 되어있는 산성이다. 기벌포의 위치에 대해서는 이설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백강(白江)은 곧 지금의 금강이고 금강의 하구가 곧 기벌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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