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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梅花) 향기

신원사에 핀 백매화, 분홍의 동백

험난하고 어려운 길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 길이 어떻게 자신에게 돌아올지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그렇게 걸어간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기에 운을 아끼면서 가는 것이다. 쉬운 것이 없는 것이 세상이지만 어려운 길을 걷는 만큼의 향은 깊어진다. 봄에 피는 매화를 보면 그런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 백매화와 홍매화를 자세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렇게 필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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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피는 꽃을 보기 위해 공주의 신원사로 발길을 해보았다. 아직 마당이 있는 집을 가지지 못했으니 꽃을 보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사람이 힘든 상황에 처하더라도 자신의 소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선을 다해 준비를 했다면 때가 되면 길이 열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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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서 마시는 물은 왜 이리 맛이 좋은지 모르겠다. 물이 있는 곳에서는 꼭 한 모금을 마셔본다. 신원사의 물은 풍족하게 나와서 마음에 든다. 계속 마셔도 되겠지만 물배를 채우기보다는 갈증을 해소하는데 만족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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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웅진시대에 백제의 수도였기에 백제에게는 중요한 요충지이며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은 이곳 신원사를 보덕 화상을 보내 창건하게 만들었다. 이곳을 창건하였다는 보덕 화상에서 보덕은 말 그대로 두루두루 덕을 미치게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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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지내고 영험하다고 하여 연초만 되면 정치인들이 북적대는 신원사에 '계룡산 중악단'이 있는데 보물 제1293호다. 한성, 웅진, 사비로 수도를 옮겨가면서 그 역사를 이어가던 백제는 사찰을 창건하여 그 힘을 빌리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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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그렇게 지나가고 신원사에는 매화꽃의 향기만 남아 있다. 매화는 깊은 겨울의 삭풍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피우고 싶은 때가 되면 피는 것이다. 그래서 설중매라고 부르기도 한다. 설중매라는 술이 요즘에는 인기가 없긴 하지만 한 때는 조금은 고급스러운 술로 오르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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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라는 말은 요즘에 안 먹히기는 하지만 수질관리가 되는 공주 계룡산 신원사의 물은 마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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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는 말이 있지만 꽃은 멀리서 보면 흐드러진 모습이고 가까이서 보면 꽃의 본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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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사의 본래 이름도 신성하다는 뜻의 신정사(神定寺), 신원사(神院寺)였으나 정감록에서 정 씨가 이 씨 왕조를 대신한다는 것을 누르기 위해 조선이 기울어져가던 1866년(고종 3) 이름을 지금의 신원사(新元寺)로 바꾸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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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보던 남해의 동백과는 다른 모습의 동백꽃이 신원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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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은 바로 이맘때다. 낙화된 꽃잎들이 나무 아래에 수를 놓기 전에 동백꽃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신원사다. 고운 색감의 동백은 선명한 것이 특징이다. 멀리 서봐도 아~ 동백이구나라고 알 수 있게 해 준다. 때가 되면 어떻게든 피어나는 매화꽃의 향기와 질 때를 아는 동백꽃의 선명한 색감이 어울리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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