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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23. 2020

김제의  작은 사찰

흐르는 물은 바다를 기대하지 않는다. 

강의 시작점, 시원의 물이 시작이 되고 나서 흐르면서 많은 것을 지나친다. 작은 동물이나 꽃, 나무에게 지나갔다가 다시 흘러내려오기도 하고 웅덩이에 갇혀서 한참을 머물러 있을 때도 있다. 만나온 것을 생각하지도 머물러 있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다가올 것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멈칫거리지 않는다. 물은 항상 새롭게 흐른다. 그러면서도 바다로 갈 것을 기대하지 않고 흐르는 것이다. 목적을 정해두고 흐르면 가지 못함에 좌절할 수가 있다. 

때론 인생을 흐르다듯이 살다 보면 의외의 장소에 와있을 때가 있다.  지평선을 만날 수 있는 김제의 평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성모암과 조앙사는 같이 붙어 있는 사찰이다.  하나는 암자를 의미하는 성모암이고 다른 하나는 사찰이다.  성모암은 일제강점기에 무자손천년향화지지(無子孫千年香華之地)로 전해오는 전라북도 지역의 고승 진묵대사 모친의 묘소에 세워진 암자다. 

어느 사찰을 가든지 간에 동일하게 만날 수 있는 석등이다.  현재까지의 유물조사에 의하면 석등은 주로 사찰·능묘, 그리고 그 유적지에 주로 남아 있다. 석등의 기본형은 하대석(下臺石)·중대석(中臺石, 竿石 혹은 竿柱라고 함.)·상대석(上臺石)을 기대(基臺)로 삼고, 그 위에 등불을 직접 넣는 화사석과 옥개석을 얹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모암은 역사가 오래된 사찰은 아니지만 근래 대웅전을 비롯하여 극락보전, 산신각, 고시례전, 종각 등의 건물을 갖추고 있다. 성모암의 고시례전은 석가모니 삼존불 좌우에 진목 대사의 모친과 진묵대사의 진영을 봉안한 전각이다. 

성모암과 조앙사 모두 진묵조사와 관련이 있다. 임진왜란 전후시기를 살며 당대 민초들에게 살아있는 부처로 칭송받았던 뛰어난 선승이 진묵조사라고 한다. 진묵조사는 조선 중기 술 잘 마시기로 유명했다. 술을 곡차(穀茶)라고 하며 선비들과 잘 어울렸고 성품이 호탕해서 성(聖)·속(俗)·유(儒)·불(佛)을 아우르는 대인으로 소문났다고도 한다. 

성모암에서 조금만 옆으로 걸어서 오면 조앙사가 나온다.  석가모니의 등화신인 진묵조사를 우러러 받드는 데서 진묵조사가 태어난 이곳의 산 이름을 조앙산이라고 부르고 있다. 조앙사에는 1927년에 조성된 조앙사 미륵석탑과  대웅전과 요사채, 종각, 진묵조사전등이 있으며 유달리 개들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사찰 망해사에 진묵대사가 바다에 있는 굴을 따서 먹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스님이 육식을 하냐고 시비를 건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말에 진묵대사는 바다에 핀 꽃이기 때문에 먹어도 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깨달은 사람이 소신 있게 해야 할 일은 아침에 한 사람을 기쁘게 해 주고, 저녁에 한 사람의 슬픔이 덜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사람은 오늘의 하루도 풍족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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