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Dec 19. 2018

만일사

사찰의 설경을 즐겨보다. 

눈이 온 지가 여러 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설경을 간직하고 있는 천안의 사찰이 있다. 천안 성거읍의 1 경이라는 만일사는 성거산의 기슭에 자리한 사찰로 겨울의 초입에 내린 눈을 그대로 남겨두고 있었다. 만일사라는 사찰은  921년(태조 4) 도선(道詵)이 전국 3,800개의 비보사찰(裨補寺刹) 중의 하나로 창건하고 만일사(萬日寺)라 하였다고 하나 도선은 898년(효공왕 2)에 죽었으므로 창건 연대는 신빙성이 없다고 한다. 

지난번에 천안을 갔다가 차가 미끄러진 기억이 있어서 밑에다가 차를 세우고 위쪽으로 걸어서 올라갔다. 그런데 경사가 생각보다 가팔라서 몇 백 미터를 올라가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게다가 신발도 등산화가 아니었으니 그럴만했다. 

허벅지에 힘을 주면서 올라오다 보니 결국 만일사라는 사찰에 도달할 수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 혜종 때 만일(晩日)이 이 절에 주석하면서 석굴 안에 석가모니불의 석상을 조성하여 봉안하고 5층 석탑을 건립한 뒤로 만일사라 불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를 국교로 하던  고려시대에 운영되던 만일사는 조선시대에는 정조(正祖) 대 이후 한때 폐사(廢寺)로 있었으며, 그 뒤 1876년(고종 13) 관음전이 신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크지는 않은 사찰로 안에는 대웅전·영산전(靈山殿)·관음전·요사채가 있으며 법당 앞의 만일사 5층 석탑은 문화재자료 제254호, 관음전에 봉안되어 있는 만일사 석불좌상은 문화재자료 제256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뒤쪽에 있는 만일사 마애불은 바위에 조각이 되어 있는데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흐리게 그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지금은 비구니들의 수도처로 이용되고 있으며 절 뒤 200m 암벽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석간수(石澗水)의 물맛이 좋다고 해서 한 번 마셔봤는데 역시 사찰에서 마시는 물은 무언가 몸에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인생을 잘 살려면 불꽃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 불을 스스로 당길 수는 없는데 그래서 산소와 성냥이 필요하다. 산소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만들어주며 음식이나 언어, 대화 등은 성냥 역할을 한다. 순간적으로 우리의 몸을 따뜻하게 해 주면서 살아가게 해 준다. 그러나 지속되지는 않기에 그 불길을 되살리거나 지속될 수 있도록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불꽃이 일면서 그 연소 작용으로 인해 영혼은 풍족하게 된다. 

국화꽃향기가 가을에 퍼지고 구절초가 곳곳에서 피는 시기가 지났지만 한겨울의 한기보다 더 따뜻한 느낌이 사찰에서 묻어 나오고 있다. 이날 만일사에서 한 개비의 성냥을 찾았다. 

만일사(萬日寺)에서 萬은 일만 만 으로 많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생에서 10,000일이면 약 27년 정도의 시간이다. 보통 한세대를 의미하는 시간으로 그 시간쯤을 연습하고 노력하면 자신만의 능력을 가질 수 있다.  흔히 추사 김정희를 만 가지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천재는 가진 능력을 노력을 통해 빛을 발휘할 줄 아는 사람이다. 추사는 열 개의 벼루와 천 자루의 붓을 모두 사용했다고 한다. 학자이자 예술가이며 자신만의 글씨체를 완성했던 그처럼 만일사를 찾아오는 사람의 길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마야 놀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