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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들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

경찰은 조서로 말하고 검사는 기소로 말하며,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 이것이 보통 형사재판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절차다. 법이란 이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그 근간에는 사적인 감정이나 법관의 재판 거래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법을 믿지 않고 신뢰하지 않는다. 법이란 사람을 가두고 벌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사람의 사적인 감정으로 결정지어질 수 없을 때 법이라는 잣대가 들어간다. 문제는 법관들이 자신들이 상당히 특별하다고 착각하기에 발생한다. 법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특권이 부여된 것이 아니라 공정하다고 믿기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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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배심원들이 유무죄를 판결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한국은 참고 의견으로만 활용이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8년에 대한민국 최초로 국민참여재판이 있었다. 첫 국민참여재판인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재판장 ‘김준겸’은 사법부 내에서도 강단과 노력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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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 모두 법에 전문가라고 볼 수는 없다. 한 명이 법대생이긴 하지만 아직 배우는 단계이기에 보통의 법상식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유죄라고 확신하던 사건에 누군가 한 명이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한다. 의사표현이 명확하지 않은 피고인은 자신을 변호하는데 소극적이며 충분히 의심할만한 행동을 해왔다. 그 사건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법은 공평해 보이지만 가진 것이 많을수록 법리적인 부분에서 합리적으로 보이게끔 변호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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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법과 달리 형사법의 대명제는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한다.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즉 의심스러운 요소를 배재해주는 것이 바로 증거다. 각종 살인사건에서 사체와 살해에 사용된 도구를 찾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충분히 의심스러운 정황이지만 사체가 없다면 재판은 길어지고 살인의 의도 혹은 고의성을 증명하는 것이 어렵다. 사체는 발견되었고 목격자도 있었던 사건에서 살해의 의도가 있다고 보기는 명확히 어렵고 목격자가 보았던 그 상황도 피해자를 해하려는 장면이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즉사에 이르게 하는 상처와 존속살해에 사용된 범행도구의 흔적과 같이 않은 점,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했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들은 그를 무죄로 판결하게 한다.


교도소에 있는 사형수 혹은 무거운 형을 받고 있는 죄수들의 90% 이상은 사회적 약자계층에서 나온다. 한국은 희한하게 선진국에서 중범죄로 생각하는 금융사기 죄 등에 무한한 애정을 보이며 형을 낮게 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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