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벼운 말

고령 매림 서원 (梅林書院)

매화나무와 수풀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매림 서원은 곽수강(郭壽岡)과 오선기(吳善基)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한 곳이다. 오선기는 항시 성리서(性理書), 공자가어(孔子家語) 를 곁에 두고 깨우쳤으며 곽수강은 소학(小學)을 읽고 감탄하였으며 성리(性理)와 천리(天理) 및 오행(五行) 등의 이치를 깨달았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가벼이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MG0A6709_resize.JPG

고령군 쌍림면에 자리한 매림 서원은 입구에 세워진 건물부터 그 위용을 자랑한다. 안의 공간도 상당히 넓은 편으로 매림 서원은 크게 사당, 강당, 동·서재, 내삼문, 외삼문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입구에 풍방루를 비롯하여 서원 내에 비각과 육각형의 정자가 배치되어 있다.

MG0A6711_resize.JPG

지난번에 왔을 때는 추울 때라서 안에 수풀이 우거지진 않았는데 이번에 오니 수풀이 우거져서 안에는 녹색이 가득했다. 옛사람은 생각한 것을 가볍게 말하지 않았다. 몸 상태가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MG0A6713_resize.JPG

이곳에 모셔진 곽수강의 대표적인 문집은 '매헌 선생 문집'이며 오선기의 대표 문집은 '한계집'이다. 두 권 모두 읽어보지는 못했다. 자료를 찾아보기는 했으나 일반적인 서적이 아니라서 접해보지 못했다. 부모와 형제에게 자기 생각을 솔직히 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에 나가서라도 윗사람에게 자기 생각을 억지 부리는 일 없이, 실례되는 일 없이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런 사람은 적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도 솔직하게 자기의 생각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다.

MG0A6715_resize.JPG

곽수강은 소학을 읽고 사람을 만드는 책이라고 했는데 그 내용은 내편은 입교(入敎)·명륜(明倫)·경신(敬身)·계고(稽古), 외편은 가언(嘉言)·선행(善行)으로 되어 있다. 소학은 오늘날의 도덕이라는 책 보다 더 중요시되었다. 중요한 학문을 배우는 것에 앞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권근(權近)은 소학의 통달을 강조하면서 먼저 소학을 읽은 다음에 다른 공부를 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김굉필(金宏弼)은 소학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여 모든 학문의 입문이며 기초인 동시에 인간교육의 절대적인 원리가 됨을 말하였다.

MG0A6718_resize.JPG

오선기가 항상 옆에 두고 읽었다는 공자가어는 논어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쉽게 읽히는 책이다.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비교적 쉽게 알 수 있고, 일반적인 처세의 지혜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MG0A6724_resize.JPG

옛사람들의 말들은 그냥 허투루 지나가는 말이 아니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자신이 배운 것과 느낀 것 그리고 옳다고 생각한 것을 기록하고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고령 매림재 소장 판목은 매림서원과 관련이 있는 책판 125점, 능화판 1점이 있는데 능화판은 서적을 판각해서 제책 할 당시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책판과 함께 능화판이 전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령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