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연천 숲
우연하게 지나가다가 만난 노란색 세상에서 사천의 다른 색깔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벼농사를 하는 것처럼 유채꽃이 심어져 있는데 노란 세상 그 자체였다. 그 노란 세상이 펼쳐진 곳은 사천시 사남면 우천리의 사천 연천 숲이 있는 곳이었다. 인근 지역인 고성에도 비보풍수로 숲이 조성된 곳이 있지만 사천 역시 비보풍수로 숲이 조성된 연천 숲이라는 곳이 있었다. 사천 연천 숲은 경상남도 시도기념물 제141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고성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만난 이정표를 보고 갑자기 좌측으로 핸들을 틀었다. 능화 마을은 가본 적이 있고 학촌 벽화마을이나 대산 벽화마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고자정이나 안종능지는 다음에 가봐야 할 듯하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목에 종친 마을이라는 비가 눈에 뜨인다. 웬 노란색 물결이 양쪽에 넘실대는가 하는 생각을 하며 마치 봄에 무르익은 노란 벼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 마을에 바로 비보풍수가 반영이 되었다. 비보풍수는 어떤 지형이나 산세가 풍수적으로 부족하면 이를 보완하는 술법으로 어디가 허하다면 숲을 만들어 이를 보완하는 것도 많이 쓰이는 수법 중의 하나이다.
양반들이 자신들의 거주관에 적합한 거주지를 찾아 마을을 형성하는 것을 ‘복거(卜居)’라 한다. 양반들은 풍수를 중요시했기에 보통 이런 풍수림이 조성이 되기도 한다. 이 숲은 약 3,700㎡의 면적을 가졌고 느티나무·팽나무·말채나무·이팝나무 등 큰 나무 572그루가 상층림(上層林)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약 300년 전에 풍수지리적 의의에서 마을 앞 돌산을 숲으로 가로막아 줌으로써 마을의 평안과 번영을 기원하던 숲이다.
비보풍수는 어쨌든 일체의 풍수적 단점을 풍수 원리를 원용해 인공적으로 고치는 것으로 지금의 생태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비보풍수이든 아니든 간에 연천 숲은 마을의 바람막이 숲 기능을 하며, 마을 주변의 경치를 더하여 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다.
사람에도 부족한 것이 있고 어떤 지역에도 부족한 것이 있다. 그것이 꼭 고쳐야 될 것이라면 인위적으로 고치면 된다. 사천 연천마을은 시냇가를 품고 있는 곳이다. 예로부터 ‘계거’, 곧 시냇가가 가장 좋은 거주지라고 알려져 있다. 시냇가에 사는 것은 평온한 아름다움과 시원스러운 운치가 있고, 물이 넉넉하므로 관개와 농사를 짓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심령을 분석하면 心은 곧 마음이요 靈은 정신이다. 우리의 마음이 맑고 예리해질 수 있도록 수심(修心)을 겸(兼) 해야 한다고 한다. 마을에 있는 山의 지기(地氣)와 통(通)할 수 있으며 그 氣가 뭉친 혈지(穴地)를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는데 좋은 마을에도 안 좋은 영향이 약간은 있을 수 있다. 우리의 조상은 그런 때 비보풍수를 통해 균형을 찾으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