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의 흔적을 따라가는 길
경치 좋기로 유명한 계곡이 많이 있는 괴산은 갈만한 여행지가 많다. 양반길 혹은 산막이 옛길은 같으면서도 다른 길이다. 양반길은 과거와 관련돼서 오가던 길이고 산막이 옛길은 부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오고 가던 옛길이다. 산막이라고 함은 산 깊숙한 곳에 장막처럼 주변 산이 둘러싸여 있어서 그렇게 부르고 있다. 실제 괴산호가 둘러싸고 있는 곳을 가보면 어디든지 산이 장막처럼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날만큼은 백야보다 매혹적인 괴산의 여름이다. 어제 비가 온 덕분에 온도가 내려가기는 했지만 아직도 날은 덥다. 조금 걸었더니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산막이 옛길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는지 많은 사람들이 그 옛길을 걷기 위해 이곳까지 따라왔다.
산막이 옛길의 지도만 보더라도 볼만한 곳이 한 두 곳이 아님을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다. 연리지, 소나무동산, 소나무 출렁다리, 정사목, 노루샘, 연화담, 사랑목, 호랑이굴, 산신령바위, 매바위, 여우비바위굴, 아름다운미녀참나무, 얼음바람골, 괴산바위, 꾀꼬리전망대, 마흔 고개 등 셀 수는 없지만 모두 가보기에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산막이 옛길을 둘러보는 것은 두 가지 방법이다. 안으로 들어가서 걸으면서 호수의 풍경을 감상하는 방법과 배를 타고 돌면서 그 길을 어렴풋이 바라보는 방법이다.
보통은 산막이 옛길로 돌아보고 배를 타고 돌아오는 방법과 배를 타고 가서 산막이 옛길로 돌아오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인 등산로와 등산 1코스, 등산 2코스, 충청도 양반길 1코스, 충청도 양반길 2코스, 충청도 양반길 3코스 등 수많은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널려 있다.
우선 배를 타고 이동을 해보았다. 배를 타고 가기만 해도 산막이 옛길에서 걸어보는 길이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들게 할 정도이다.
배에서 내려서 다시 걸어보는 시간이다. 사람들은 괴산을 숲과 계곡의 도시라고 부른다. 괴산 지방에는 멋들어진 계곡만 해도 적지 않다.
호수를 돌아서 걸어오다 보니 오래된 정자 수월정이 나온다. 수월정은 대윤의 한 사람이었던 노수신이 1547년(명종 2) 정황(丁熿)과 함께 양재역 벽서 사건(良才驛壁書事件)에 연루되어 탄핵을 받고 진도로 옮겨 19년간 귀양을 살았다가 1565년 이곳 괴산으로 유배지를 옮겼다가 1567년(선조 즉위년)에 풀려난다.
작은 정자처럼 보이는 곳에서 머물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 유배의 생활을 하면 보통은 많은 책을 저술하던가 자신만의 사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진도로 귀양 갔을 때 당시 섬의 풍속은 혼례 없이 남의 집에 있는 여자를 중매를 통하지 않고 빼앗아오는 것이었는데, 예법으로 일깨워 혼인에 예식이 있게 했다.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간다. 풀 내음이 가득한 숲에서 괴산의 향기가 밀려온다. 이 속에 섞여 살면 내 삶도 조금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살아 있는지 모르는 나무의 위에 보이는 가지의 형상이 마치 솟대처럼 보인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솟대 위로 날아갈 것 같은 새의 형상이 보인다.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서 오다 보니 인공호수 위로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로 향했다. 다리 난간에는 다양한 표정의 인간 군상이 줄지어서 흔들거리는 다리의 흔들거림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곳을 걷다 보니 인간의 삶이란 때론 든든한 땅에 지지하고 있을 때도 있지만 잠시 흔들거리는 순간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호수를 쉴 새 없이 드나드는 크고 작은 유람선들은 저마다 사람들로 가득가득했다. 누군가 여행이란 나를 버리를 일이라 했다. 최근에 유럽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여행이라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안전이 담보가 되야한다. 여행과 익스트림 스포츠와는 즐거움을 즐기는 포인트가 다르다. 옛길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지만 앞으로도 할 이야기는 많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