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는 것들

영천 포은 정몽주 유허비

유허비에서 유(遺)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에도 많이 사용이 된다. 최근에 많이 문제시되고 있는 애완동물의 유기에도 사용이 된다. ‘유기’는 특히 법률 조항으로 다루는 일이 많다. 우선의 뜻은 자신의 친족 중에서 스스로 살아갈 여력이 없는 대상을 돌보지 않고 버리는 행위이다. 사람은 남겨야 할 것이 있고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누구에게나 빛이 있으면 그늘이 따르듯 장점과 단점이 있듯이 그 의미를 잘 살펴 긍정적인 요소는 키우고, 부정적인 요소는 줄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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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정몽주 유허비는 두 곳에 있다. 경북 영천시 임고면 우항리에 있는 포은 정몽주 유허비와 포항에 있는 포은 정몽주 유허비다. 유허비의 유는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貴(귀; 많은 보배, 재산, 가진 것, 유)로 이루어졌다. 포은 정몽주는 고려라는 저물어가는 국가에 대한 의리를 지켰던 사람이다. 최근 세상을 떠난 이희호 여사가 남긴 유언의 유도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기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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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에 있는 유허비는 고려시대 문신이며 학자인 삼은의 한 사람인 정몽주 선생의 출생지에 새운 것이다. 지금은 건물이 사라졌지만 정몽주의 지극한 효성이 고려조정에 보고되어 이곳 우항리에 '효자리'라 세긴 비가 영천군수 정유에 의해 공양왕 원년(1389)에 세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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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리라는 비의 새겨진 글이 정몽주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그의 삶을 잘 살펴보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관료가 되기 위해 지금 시험 보는 과목들은 인성과는 그렇게 상관이 없다. 그렇지만 과거에 관료가 되기 위해 시험을 보던 과거시험은 글로써 말하는 것이었지만 모든 것에 균형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다른 사람보다 나은 점수를 받기 위해 기계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가족, 부모,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답안지에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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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은 정몽주는 글의 문과 힘의 무가 함께 쓰는 것이 모든 왕이 따라야 할 대법이라고 하였다. 문은 융성한 것을 유지하고 완성된 것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것이고 무는 어지러움을 바로 잡아 바름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인의예지는 문의 도구이고 형정공수는 무의 술이다. 문만 사용하고 무를 쓰지 않으면 예기치 않은 사태를 당하였을 때 구해낼 수 없고, 무만 사용하고 문을 쓰지 않으면 인심이 어긋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과거시험에 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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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보면 문과 무이지만 이것은 개개인의 삶에도 적용이 된다. 책만 읽고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운동만 하고 책을 읽지 않는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의 과거시험 대책문에서 또 한 번 깨달음을 얻게 된다. 포은 정몽주는 풍류를 알았지만 과도하게 빠져들지 않았으며 정도를 지키지만 즐거움을 외면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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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넷길 봄바람에 흥취가 마구 일어

좋은 곳 만날 때문 술잔을 기울이네

돌아갈 때 돈 다 쓴 것 부끄러워 마라

새로 지은 시 비단 주머니에 가득하니

- 술을 마시며


돈을 쓰는 것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이지만 잘 쓰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돈을 쓰는 것에도 도가 있다. 도를 잃어버린다면 돈을 쓰고도 욕을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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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벌은 나라의 큰 법입니다. 한 사람을 상주면 천만 사람을 관장하게 되고, 한 사람을 벌주면 천만 사람을 두렵게 하는 것입니다. 지극히 공정하고 지극히 분명한 것이 아니라면, 중도를 얻어서 한 나라의 인심을 복종시킬 수 없습니다." - 오죄상소문


유허비가 남아 있는 곳에서 정몽주가 추구했던 삶을 다시 되새겨본다. 자신이 떠나고 난 자리에 무엇을 남길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아예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적어도 생각하지 않고 나아간다고 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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